2000년대 디지털 전환기와 분권화의 시도
2000년대를 앞두고 세상을 뒤흔든 키워드는 '밀레니엄'과 '인터넷'이었습니다. "컴퓨터가 모든 것을 멈출 것"이라던 Y2K의 공포가 지나간 자리에, 한국 교회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누구나 정보를 검색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60년대의 '빵'도, 80년대의 '성장'도 중요했지만, 이제 사람들은 '소통'과 '다양성'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 조직에도 커다란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팀제(Team System)'의 도입이었습니다.
과거 목사-강도사-전도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계급 구조에서 벗어나, 사역의 전문성에 따라 '예배팀', '선교팀', '교육팀' 등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유연함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사역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듯 보였습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또 다른 현상은 '멀티사이트(Multi-site)' 모델입니다. 한 장소에 수만 명을 몰아넣는 대신, 여러 지역에 거점을 두고 위성 중계를 통해 예배를 드리는 방식이었죠.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성도들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는 혁신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건 조직의 '본질적 분권화'라기보다는 대형 교회 브랜드의 '체인점화'에 가까웠습니다. 본점의 결정이 지점들로 전달되는 중앙집권적 방식은 여전했으니까요.
재미있는 건, 이 시기부터 성도들의 태도가 급격히 변했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비교 분석하는 데 익숙해진 성도들은 교회를 '절대적 공동체'가 아닌 '영적 서비스를 제공받는 곳'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직은 성도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해 점점 더 세련된 '서비스 센터'처럼 변해갔습니다. 카페를 만들고, 문화 강좌를 열고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성도 관리를 자동화했습니다.
효율성은 극대화되었지만, 반대로 교회 안의 관계는 점점 '느슨한 연대'로 바뀌어 갔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지점을 놓쳤을지도 모릅니다. 겉모양은 디지털로 바뀌고 팀제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의사결정의 핵심인 '권력'은 여전히 상층부에 고착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신도 리더들은 '봉사자'로서는 인정받았지만, 조직의 미래를 결정하는 '파트너'로서는 여전히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정보는 투명해졌는데, 정작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토론은 드물었습니다.
결국 2000년대의 시도는 '형식의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내면의 민주화'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조직은 비대해진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고, 그 속에서 성도는 다시 한번 거대한 시스템 속의 '고객'이 되어갔습니다.
이제 우리는 묻게 됩니다.
"교회는 더 편리해졌는데, 왜 우리는 더 고립감을 느끼는가?"
- BizM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