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보다 불안이 먼저 찾아왔다
퇴사 후 처음 맞은 봄, 나는 자유보다 불안이 컸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 낯설었고,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다는 게 어색했다.
그동안 ‘회사’라는 이름 아래 쌓아둔 모든 게 사라진 것 같았다.
퇴사 직전까지만 해도 “이제 내 시간을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그 시간이 오니 방향이 없었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오랜 직장생활이 내 안의 자율성을 다 지워버린 걸까.
시간이 많으니 생각도 많아졌다.
내가 선택한 게 맞는 걸까?
지금쯤 전 직장 동료들은 회의하고, 성과를 내고,
다시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겠지.
나는 그 시간에 집안을 정리하고,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이게 과연 나답게 사는 걸까, 아니면 도망친 걸까.
퇴사 후 몇 달간은 그렇게 마음이 흔들렸다.
SNS 속에서 ‘퇴사 후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초라하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었고, 그들은 이미 빛나고 있었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요하고, 때로는 외로웠다.
그래서 나는 정리부터 시작했다.
불필요한 물건, 오래된 인간관계,
그리고 나를 붙잡고 있던 ‘이래야 한다’는 생각들.
하나씩 내려놓다 보니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비워내야 채워진다는 말이 그제야 이해됐다.
몸도 챙기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고, 건강검진을 받고, 식습관을 바꿨다.
몸이 회복되니 마음도 조금씩 안정됐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커머스를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걸로 잘 될까?’라는 불안이 늘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그때의 나를 버티게 했다.
배우는 동안에는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커졌다.
그게 퇴사 후 내가 다시 살아갈 힘이 됐다.
이제는 안다.
퇴사 후의 시간은 멈춤이 아니라 조용한 재정비의 시간이었다는 걸.
그때의 불안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 외로움 덕분에 진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다.
퇴사 후 1년,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이제는 조금 천천히, 조금 더 나답게.
내가 가는 길이 정확하진 않아도,
적어도 지금은 ‘내가 선택한 길’을 걷고 있다는 확신 하나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