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준호 Mar 09. 2022

타전공이 사회복지분야에 취업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사회복지학과가 아닌 타전공자가 느끼는 사회복지 취업에 관한 이야기

0. 들어가기 


어느 날 브런치 제안하기로 메일이 하나 왔다. 사회복지학과가 아닌 타전공자로서 사회복지시설에 취업을 하려는데, 법학과 타이틀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사회복지 시설에 취업에 문이 어렵다는 고민이였다. 그리고 우리 협회 중앙회는 다양한 학과 출신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는 내 브런치 글을 보고 연락이 온 것이다. 


나 역시도 경영학과로 사회복지학과가 아닌 타전공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전공자로서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주고, 이후에 카톡으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분은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사회복지시설로 재취업을 하려는 시점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현재 나는 경영학과 출신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없고, 예전에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을 하던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 협회에서 일을 하면서 사회복지에 대한 비전과 뜻을 품고, 현재는 연세대학교행정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전공으로 석사 공부를 하고 있으며, 졸업 후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또한 발급받을 예정이다. 


그럼 내가 생각하기에 왜 사회복지분야에서 타전공자가 취업하기 어렵거나, 타전공자는 어떻게 사회복지 분야에 취업을 준비하고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에 대한 내 '주관적인'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https://brunch.co.kr/@bjh8904/10


1. 사회복지시설만이 정말 답일까?


나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체장애인 회원분들이 모여 하나의 법인체를 만든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사회복지 시설이 아니다. 장애인 복지를 위한 목적사업을 하고 있지만 사회복지법에 의한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난 이곳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장애인 복지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사회복지시설 이외에도 사회복지를 실현시킬 수 있는 일들은 다양하다. 나의 경우 장애인 단체,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같은 이름으로 내가 속한 소속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 우리 협회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일을 하고, 이것이 장애인 복지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협회의 산하 사회복지시설은 65개 소다. 이곳은 우리 협회 소속으로 지자체에서 위수탁 받은 사회복지시설이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장애인단체로 있는 17개 시도협회와 230개의 지회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다른 일을 하고 있을까? 난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물론, 일하는 사업과 범위 그리고 급여체계가 다를 순 있지만 결국 협회도 시설도 우리 협회 정관에 나와 있는 목적사업과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복지 분야를 꼭 사회복지시설로만 국한 지어서 취업을 해야겠단 생각 이외에 다른 루트를 찾아보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취업이 어렵다면, 그 시설의 수탁법인에 취업하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오히려 내가 가려고 했던 사회복지시설의 상위 조직인 수탁법인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그 기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업과 운영체계에 대해서 더 다양하고 깊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협회 시설지원부에 있는 선생님은 우리 산하에 있는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 체계와 이해도가 높다. 왜냐면 전국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고 그 데이터를 통해 지식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자신의 역량 또한 일반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는 분들에 비해 더 다양한 영역에 접근이 가능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사회복지시설이 아닌, 좀 더 큰 상위 기관의 법인이나 단체에서 일을 해보는 것도 난 좋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단법인과 협회에 대한 개념까지도 함께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사회복지시설을 가게 된다면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협회에도 사회복지시설 출신 분들이 많다. 시설과 협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얘기해주신 것은 법인과 시설에서 하는 사업과 운영의 볼륨의 차이가 있단 이야기였다.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유관기관과 협조하고, 참여하는 대상자도 지역 사회복지시설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하셨다. 그러니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라고 얘기해주셨다. 실제로 전국을 대상으로 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복지 사업들이 우리 중앙회에서는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의 조직도와 산하 수탁시설이다. 이런 법인에서 일해보는 건 어떨까?

2. 사회복지학과가 아닌 타전공자가 사회복지에서 일하고 싶다면?


앞서 설명한 대로 나는 사회복지학과 출신이 아닌, 타전공의 경영학과 출신이다. 우리 협회에서 일을 하기 전에는 온라인 마케터로 일을 했다. 데이터를 취합하고 해석하고 이것을 토대로 우리 회사의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가장 알맞고, 친절하게 전달하는 일이 내 일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내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내가 이전에 일했던 마케팅적 역량이 전혀 발휘되지 않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현재 이렇게 사회복지와 장애인복지에 대해서 브런치에 글을 작성하는 것 또한 이전에 내가 마케팅 일을 하면서 콘텐츠 제작을 하기 위한 카피라이팅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매일 글을 작성하고, 독서를 한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결국 내가 콘텐츠를 만들 줄 아는 마케팅적 사고와 역량으로 사회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을 내가 속해 있는 기관과 단체 입장에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과 업무 분장에 대한 지시가 떨어지게 된다면, 난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을 활용해서 우리 협회에서 마케팅적 사고와 콘테츠 제작을 통해 해야 할 일들을 수행할 수 있다. 요즘에는 홍보와 마케팅 또한 사회복지분야에서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실제 포토샵을 활용할 줄 알거나, 프리미어와 같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할 줄 아는 사회복지사들을 선호하기도 한다. 


사회복지분야의 목적사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운영팀, 기획팀, 행정팀과 같은 곳에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비용을 지출하고, 계약을 성사하고, 협약을 맺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사회복지학과를 나온 사람들보다 회계, 경영, 통계, 법학과를 나온 사람들이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내가 사회복지학과가 아니지만 사회복지분야에서 일단 일을 하고 싶다면, 내가 취업하고자 하는 기관의 조직도, 사업팀,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고 내가 들어갈 수 있는 팀이 어디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법학과 출신의 장애인복지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장애인 복지의 경우 2005년 이미 장애인복지사업비 중 상당 부분이 지방이양사업으로 분류되어 집행하고 있다. 큰 틀 안에서 중앙정부와 보건복지부와 같은 상위 기관이 있지만, 결국 각 지자체마다 고유한 조례를 통해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책을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기관과 관련된 사업 중에 지방조례에 대한 부분을 검토하고 분석해서 우리 기관에 도움이 될 만한 법률적 근거를 모색한다면, 그리고 그를 토대로 정책제안을 할 수 있다면 기관에서 이런 우수한 인재를 뽑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사회복지시설은 결국 지자체 공무원과의 협조와 조율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위 주사법이라는 공무원의 갑질이 아닌 원리 원칙에 따른 조례를 토대로 법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이 역시도 훌륭한 인재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사회복지 법률에 관한 공부를 할 수 있다.)

http://likms.assembly.go.kr/bill/main.do

3. 다양한 전공자들이 함께 있는 사회복지 현장은 어떠할까?


한 기관에 사회복지학과, 경영학과, 법학과, 언론정보학과,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 건축학과, 컴퓨터 공학과, 기계공학과 같은 여러 전공들이 한데 모여서 일을 한다면 어떨까? 아마 자신들의 전공분야에 관점에서 일을 해결하거나, 새로운 가치들이 협력하여서 새롭고 창의적인 일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는 분야 출신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협력해서 선을 이룰 것이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사회복지분야에서 도입되어야 하는 여러 기술적, 과학적 도입은 시대적 흐름 가운데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술의 진일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든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의 부자 1위부터 10위까지 지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회사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 또한 이를 반증한다.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동기, 선후배들만 보더라도 사회복지 분야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는 분들이 많다. 각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관점을 가지고 하나의 사회이슈와 문제를 논의할 때 정말 다양한 접근을 배우게 된다. 나 또한 마케팅적 사고를 통해서 사회복지 현장에서 업무에 대한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는 이유도 사회복지현장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협회에 플랫폼을 만들 줄 아는 기술개발자나 프로그래머가 있다면 정말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내 개인적인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전국에 있는 이 조직력을 토대로 데이터를 토대로 우리가 데이터 분석을 하고 이것을 마이닝해서 미래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기에는 분명 기술력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시대에 부름과 순간이 올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혹은 내가 그 개발자가 된다면 어떨까? 에 대한 고민도 공존하고 있기도 하다. 

https://youtu.be/kwe6VMJq79Q

기술의 도입과 개발이 사회복지 분야에 미칠 영향력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0. 나가기 


오늘 이 글을 쓰는 시점인 3월 9일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날이면서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국가의 대통령이 나오는 날이다. 사전 투표를 통해서 미리 선거를 한 나는 이렇게 쉬는 날 사회복지시설에 취업을 고민하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해주면서 내가 갖고 있는 사회복지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매우 흥미롭고 즐겁다. 


타전공자로서 사회복지학과를 나오지 않았지만,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내 나름대로 고군분투 한 내용을 꾸준히 내 이야기로 작성하고, 그걸 통해서 연대를 만들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기대를 오늘 아주 어렴풋 느끼게 되었다.


혹시 타전공자이지만 사회복지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얼마든지 연락하고 소통하길 바란다. 내 브런치 제안하기로 메일 보내주시면 가까운 시간 안에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다. 우리가 사회복지를 왜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 나눌수록 더 많은 이야기와 정서적 유대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다. 


누군가 그랬다. 사회복지사의 복지가 사라져야 그곳의 복지가 실현된다고 말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정말 싫어할 말이지만, 그만큼 대한민국의 사회복지 안에서의 사회복지사의 행정업무와 과도한 일에 대해서 부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일을 다 마무리하고 처리해야지만 내 대상자에게 서비스가 제공되고, 지역사회 조례를 바꿀 수 있고, 공공부조와 사회보험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사회복지학과 출신의 사람들이 아닌, 여러 전공자들이 함께 연대하여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혹은 그럴 노력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정말 밤새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이 글에 끝을 맺으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사회복지사가 본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