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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Mar 13. 2022

사회복지사에게 '슈퍼비전'이란 무엇일까?

배움과 실천을 공유하며 성장하는 사회복지사의 이야기

0. 들어가기 


직장인으로서 협회를 다닌지는 3년이 넘었지만,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일을 시작한 지는 사실 나도 오래되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할 때에는 관점이 중요하다. 난 직장인의 관점과 사회복지사의 관점 그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었고, 그 방황의 끝을 해결하기 위해서 스스로 고민하거나 누군가의 조언을 통해서 해결하기 시작하였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사회복지 전공으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작성하고, 팀을 구성하여 토의를 하면서 조금씩 사회복지에 대한 개념을 잡아가면서 현장에 계신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드는 질문이 있었다. 왜 내가 다니고 있는 협회에서는 이런 생각과 감정이 들지 않은 것일까? 하고 말이다. 왜 사회복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복지 현안에 대해서 함께 토의하고 나누지 않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1. 장애인 단체 종사자 VS 회사원 


예전에 내 직업란에 뭐라고 작성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글을 작성한 적이 있다. 아직 사회복지사로서 자기 수용이 되지 않은 시점에 나 스스로는 굉장히 큰 고민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나온 여러 대답 중 하나가 회사원, 장애인 단체 종사자였다. 장애인 단체 종사자와 회사원이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나는 어떤 분류에서 파생되어 현재 사회복지사란 관점이 생겨난 것일까?


장애인 단체 종사자라는 개념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분명 회사원과는 다른 관점으로 내가 속해 있는 조직과 업무를 바라봐야 할 것은 명확해 보인다. 내가 직접 장애인이 될 수는 없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와 그 장애인당사자에 대한 이해를 생각해 보는 것을 장애인 당사자라 회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난 그 부분을 토대로 내 조직과 내 일을 바라보는 것. 이것이 장애인 단체 종사자로서의 첫 번째 해야 할 일이었다. 


만약 이 관점을 토대로 내 조직과 일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전문성과 기대감, 자부심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사회복지사가 일반 사기업에 비해 급여가 크지 않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가치마저도 잃어버린다면, 사실 열심히 일하는 장애인 단체 종사자로서 동기와 마음이 식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 단체 종사자로서 장애인 복지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회 구조와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해 고민을 함께 하는 사회복지사로서 내 조직과 업무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과거에 장애인 단체 종사자와 회사원 그 사이에서, 현재 사회복지사로의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면서, 미래에는 함께 이 가치를 토대로 사회복지 현장에 가야 할 사람들과 어떤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나만의 '슈퍼비전'의 초석이 되지 않을까 싶다. 


 2. 슈퍼비전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업무 시간 나는 우리 부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모니터 너머 부장님께 질문도 하고, 새로 온 신입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예전 다른 부서에 있을 때부터 내 궁금증과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서 이 일을 선행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이전에는 업무적으로 궁금한 사항들이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내가 빨리 퇴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를 어떻게 취합해서 어떻게 엑셀에 함수를 걸고 기안을 작성해서 보고를 해야 할까에 대한 궁금증이 내가 이전에 갖고 있었던 궁금증이었다. 사회복지사로서 행정업무는 아주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익숙한 행정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게 되면 그만큼 내가 할 일이 줄어들고 그 남은 시간에 다른 일들을 도모할 수 있겠단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업무적인 것 이외에도 사회적인 이슈와 쟁점에 대한 것을 토의하고 나눈다. 최근 대한민국에 있어서 가장 큰 화두는 역시 '대선'이었다.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책임질 대통령의 사회복지 정책은 무엇이고, 그 안에 장애인 정책은 무엇인지를 토의하고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당선이 된 당일 아침 출근길에 윤석열 당선인의 장애인 정책 5가지를 발표한 유튜브 영상을 우리 부서원들에게 공유했다.


그리고 출근 하자마자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이 장애인 정책을 앞으로 정말 실현할지에 대한 감시와 정책적 실행력을 지켜보는 것이 우리와 같은 장애인 단체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날에 나에게 있어서 업무는 연말정산 환급 신고를 하고, 원천세 납부를 하고, 4대 보험을 납부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장애인 정책을 이끌어 갈 대통령 당선인의 장애인 정책에 대한 우리 부서 사람들과의 대화였고 시간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슈퍼비전의 출발은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과 업무에 관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왜 많은 장애인 정책 중에 윤석열 당선인은 5개를 주요 정책으로 발표했을까? 이재명 후보의 장애인 정책이 더 효과적이고 시대에 맞는 정책이지는 않을까? 이런 고민과 의구심을 가지고 현안을 바라보고, 함께 나누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면 우리가, 조직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시작할 수 있다.

마인드맵으로 정리해 본 슈퍼비전의 개념정의

3. 전문성을 갖춘 슈퍼바이저가 되어야 한다.


협회에 와서 나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신 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업무이외에도 다양한 부분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신 분들이다. 그분들의 지도와 관리 아래 현재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으로서도 전문성과 책임을 가지고 일을 해야 겠단 다짐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다짐을 토대로 내가 갖출 전문성과 책임은 결국 다음 세대와 관계가 있다. 내가 배우고 있는 모든 일련의 과정에서 잘하는 부분이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때 나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도 있고, 선임자나 주변의 도움을 통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과 선택을 스스로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 버린다면, 내 부족함을 채우지 못한 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어야 하는 자리에 위치할 수 도 있다. 그때 가서 누군가의 질문에 제대로 답도 하지 못한체 시간만 보냈을 수도 있다.


난 개인적으로 시간과 실력은 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함께 뛰는 리그가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나는 현재 일반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만약 승진을 해서 대리를 달게 된다면, 난 일반 사원과 함께 경기를 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 조직에 있는 아닌 다른 단체에 대리급, 과장급과의 경기를 치열하게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야지 나 스스로 다음 리그를 올라갈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지도를 하고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저 그곳에서 오래 일했다는 것만으로는 평가 지표를 적용한다면 변화무쌍한 현대 사회에서 조직의 역량과 수준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내가 동네에서 가장 축구를 잘했다면 다음 리그로 올라갈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미래적 가치를 계속 고민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래 일 했다는 것이 전문성을 대변하지 못한다. 자신의 일 이외 다른 일을 맡겨지거나 주어진다면 그 부분은 아무것도 아니게 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갖추어야 할 전문성이랑 자신의 업무 이외에도 우리 업무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외부적인 환경과 내부적인 환경을 고려하면서 해결 할 수 있느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의외로 간단한다. 뉴스 기사를 보면서 찾을 수도 있고, 정부 산하에 있는 연구보고서를 읽을 수도 있고, 관련된 논문을 보면서 스스로 문제에 대한 사안을 보면서 끊임없이 어떻게 하면 더 전문적인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는 것이다. 


4. 그래서 난 어떤 슈퍼바이저가 되고 싶은가?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호기심'이다. 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기준은 호기심이었다. 왜 저럴까? 왜 그런 걸까?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건 무엇 때문에 그럴까? 이런 호기심은 늘 내 삶에 존재한다.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개인적인 호기심을 공론화하고 함께 토의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내 전제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예상했던 가정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도 있기 때문에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조정해 가는 시간과 과정이 나에게는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다. 


아마 이런 상황에서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슈퍼바이저 역할을 하게 된다면 끊임없는 아젠다를 던져주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루틴 하게 정해진 업무를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고, 업무의 효율이 올라가게 되면 그만큼 사고의 빈 공간과 시간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때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사회복지적 관점으로 현안을 고민할 수 있는 문제들을 토의하고 나눌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하나의 현상을 토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는 메타인지적 사고를 심어주는 것이 내가 앞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조직문화이고 내 삶에 대한 태도와 자세 중 하나다. 그리고 그로 인해 옮겨지는 작은 실천과 결과값이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면, 내 소행은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선순환되어서 나는 사라지고 없지만, 내가 만든 문화는 남아있고 그것을 이어 나갈 수 있고 그 문화를 유산으로 줄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 같다. 


언젠가는 이러한 태도와 내가 만들고자 하는 문화가 구식으로 올 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단계 한 단계 승진을 하고 영향력일 생길수록 더욱 보수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새로운 호기심을 끊임없이 인지시켜 주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에는 조금 느리지만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슈퍼바이저로서의 역할이고, 그런 슈퍼바이저가 되기 위한 내 다짐과 노력이기 때문이다.


0. 나가기


매일 출근길에 다큐멘터리 영상을 우리 부서원들과 공유한다. 장애인 고용장려금 제도와 배경은 무엇인가? 복지국가란 무엇인가? 자본주의는 무엇인가? 와 같은 영상을 함께 보면서 해당 영상에 관한 이야기를 토대로 사회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한다. 누군가는 굉장히 힘들 수 있다. 매일 아침 조용히 출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내가 공유하는 영상이 무거운 과제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업무와 관련된 영상을 공유할 수 도 있다. 연말정산, 부가가치세, 4대 보험, 회계, 세무 등과 같은 일반 회사에서 하는 업무에  관한 내용들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앞서 말한 우리의 가치와 기준이 일반 회사와는 다르단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다른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이다.


함께 사회복지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반응해주는 우리 부서원분들에게 너무 고맙단 얘기를 하고 싶다. 나도 아직은 슈퍼바이지로서의 역할밖에 할수 없지만, 언젠가는 슈퍼바이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때 앞서 말한 내 다짐과 태도가 지켜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업무에만 치우쳐 우리 시대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삶은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이 순간 영화 속 한 대사가 생각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는 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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