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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Apr 19. 2022

거시적 관점 VS 미시적 관점의 사회복지 현장

법인의 중앙회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관점은 어떨까?

내 글에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에서 근무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 말을 매번 반복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법인의 중앙회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입장과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협회의 경우 17개 시도협회, 230개 지회, 25개 장애인복지관, 33개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 8개의 기타 시설, 4개의 중증장애인생산품 시설, 1개의 장애인수련원 등 산하에 있는 조직(소위 단체를 조직이라 부른다)과 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중앙회에 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장애계 이슈를 지역 내 조직과 시설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어렵다. 아무래도 좀 더 거시적으로 해당 문제를 바라보고, 고민해 볼 수밖에 없단 뜻이다. 하나의 사안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냐, 미시적으로 바라보냐의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질 순 없다. 


최근에 대학원에서 만난 장애인복지관 팀장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런 입장차에 대해서 한번 더 느낀 일화가 있다. 혹시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애인 콜택시는 시도 광역단위에서 이동은 병원 예약이 되어 있거나, 치료의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고는 서로의 지역구를 넘나 들 수 없다.


즉, 서울에서 경기도로 단순히 '택시'라는 이동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단 뜻이다. 그럼 한번 생각해 보자. 만약 당신이 서울에서 강원도로 단순히 여행을 하기 위해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서 여행을 간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말이다. 


먼저 서울에서 가장 강원도 방향으로 가까운 서울 지역에 하차한다. 그리고 휠체어나 보장기구를 이용해 도보로 경기도 지역으로 넘어가서 경기도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다시 강원도 방향에서 가까운 경기도 지역에 하차한다. 그리고 또다시 휠체어와 보장기구를 이용해서 도보로 강원도 지역으로 넘어가 자신이 원하는 강원도 여행지를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가야 되는 상황이다. 


병원에 가거나 의료적 행위가 아니라면, 장애인 당사자가 서울에서 강원도로 여행을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서 간다고 한다면 이런 행정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비장애인이 택시를 타고 서울에서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연 이런 부분을 지역 내에서는 자세하게 알고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나 또한 이 상황에 대해서 알게 된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우리 협회로 전화 한 통이 왔다. 자신의 남편이 미국에서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살아왔고, 미국에서 장애를 입어 지체장애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 다시 와서 수술을 받으려고 하는데, 인천 국제공항에서 서울로 가기 위한 장애인 콜택시를 찾으려고 하니 이런 행정적 문제로 인해서 이동을 할 수가 없다고 지자체 시설공단에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그때 당시 조직시설국원들과 함께 다양한 토의를 하면서 고민을 하였고, 결국 민간 구급차를 이용하는 걸 대안으로 말씀드렸다.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려면 먼저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법에 의한 등록 장애인어야 하는데 미국에 오랫동안 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등록 장애인이 아니었다. 

외국에서 장애를 입은 한국인은 등록 장애인도, 장애가 있는 외국인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

그리고 앞서 말한 의료적 행위가 아닌, 인천 국제공항에서 자신의 가족이 살고 있는 서울에 있는 집으로 단순히 이동하는 경우에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장애인 당사자는 휠체어를 타지 않고서는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다른 대중교통을 탈 수 있을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민간에서 운용하고 있는 구급차를 불러서 안전하게 댁으로 모시는 것을 말씀드렸다. 

서울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것은 가능하나,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로 가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일화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정말 다양한 장애계 이슈에 대해서 문의가 오고, 민원이 들어온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역 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장애인 복지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와 맹점에 대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실 민간 구급차를 말씀드린 이유도 아내분께서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그저 자신의 남편을 가족이 있는 곳에 가기 위한 운송수단을 안내해주길 바란다고 하였다. 해당 내용을 안내하면서 정말 실망스러운 말투로 했던 마지막 말이 아직도 기억 남는다. 


"전 세계 대한민국은 어딜 가나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장애인이 살아가기엔 대한민국은 다른 후진국과 비교해도 전혀 나아진 게 없어 보입니다. 이미 비장애인이 살기엔 너무나도 좋은 나라이지만 여전히 장애인이 살아가기엔 너무나 힘든 나라네요"라는 말이다. 


그분은 과연 인천 국제공항에서 서울에 있는 가족의 댁까지 잘 가셨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그러면서 현행법에 의한 이런 장애인의 운송수단과 관련된 관점과 입장을 거시적인 생각으로 생각해 볼 수 없다는 이유가 내가 법인의, 협회의 중앙회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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