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를 졸업한 마케터 출신의 사회복지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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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1일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를 입사하여, 2022년 2월 현재 어느덧 만 3년이 되었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내 일을 하고 싶다고 큰 소리를 치고 다녔다. 하지만 스스로 주제 파악 못했던 지난 시기를 반성하고 난 직장을 선택하였다. 처음부터 사회복지 영역에 가려고 한 것은 아니였다. 그저 남들이 말하는 그 흔한 '어쩌다 보니' 였다. 정말 어쩌다 보니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나는 이 사회복지 현장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작은 일이지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일, 작아 보이는 문제지만 사회적으로 꼭 해결해야 하는 일. 그런 일이 사회복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 사회복지사란?
일반적으로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이 나온다. 현재 나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서 석사 공부를 하고 있다. 5학기동안 열심히 공부를 하고, 사회복지 실습을 마치고 나면 나 역시도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이 나온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은 여라가지가 있다. 이런 다양한 방법 덕분에 대한민국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100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실제 사회복지 현장에서 상시근로자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20만명정도 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다양하게 취득할 수 있기에 그 수는 많아 졌지만, 그만큼 질적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사회복지사를 양성 할 수 있는 제도 인가 싶다.
분명히 사회복지 현장의 인력 수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아무나 사회복지 현장에 투입 시킬 수 없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우선 배치 된다. 그래도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사회과학 영역 보단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월등히 높아야 하는 인문학적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격증을 보유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사회 복지 현장에 투입 되더라도 배워오고 실습했던 내용과는 사뭇 다르단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직업인으로서 사회복지사란?
한동안 직업란에 뭐라고 적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솔직히 그 당시 함께 일하고 있던 주변 분들에게 물어보았다. '저는 직업란에 뭐라고 작성해야 하나요?' 혹은' 어떻게 작성하시나요?' 라고 말이다. 왜냐면 그때 나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이 바로 잡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직업인으로서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사회복지시설(복지관 같은)에서 이용객들을 매일 마주하면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매일 사무실에서 행정 업무를 보고 있고, 장애인 당사자 단체에서 일하고 있지만 실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직업란에 내 직업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때 나왔던 직업이 회사원, 장애인 단체 종사자, 사회복지사, 사회복지 종사자 등이였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사회복지사로서의 직업에 대한 자기수용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딜 가든 사회복지사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지만, 그때 나에게는 아직 직업인으로서 사회복지사라는 인지부조화가 있었다.
3. 사회복지사 이전의 마케터로 일하다.
나는 경영학과를 다닐 당시 취업을 하기 보단 장사를 하면서 내 일을 하고 싶었다.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때 당시 소호(SOHO)무역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Small Office Home Office라는 말로 소호무역이라고 불렸는데, 소위 보따리 장수를 얘기하는 것이다. 일본 오사카를 몇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그 당시 만났던 오사카에서 사업을 하는 분과의 인연으로 4개월간 워킹홀리데이로 일본 오사카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 분 덕분에 온라인 비즈니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온라인 마케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교 시절에도 마케팅은 나에게 재밌는 과목이였다. 똑같은 제품이지만, 어떤 전략으로 판매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반응이 천지차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계 일류 기업이 성장하는데 있어 각자의 경쟁력과 함께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배우는 시간은 사회과학 영역보다 오히려 인문학적 영역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뒤에는 엄청난 자본과 뛰어난 인력이 뒷 바탕 되어야 한다는 것은 추후에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런 배경 덕분인지는 몰라도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돌아 오고 나서도 계속해서 온라인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CPA, CPI, CPC란 3가지 제휴마케팅을 통해서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 내 글을 퍼나르기 시작하였다. 매일 매일 내가 팔아야 할 상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그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언어를 사용해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TV홈쇼핑을 4시간을 보면서 호스트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을 닥치는대로 적으면서 그들의 세일즈 기법을 공부하기도 하였다.
온라인 마케팅 팀을 꾸려 유의미한 성과를 내보기도 하였다. 신생 쇼핑몰 1만 5천명 정도 회원가입을 이끌어 내고, 소상공인들을 위한 무료 컨설팅도 진행하면서 마케터로서의 커리어를 잘 쌓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절 개인적으로 안 좋은 상황들이 터지면서 멈출 줄 몰랐던 내 욕망과 자만심은 삶을 되돌아 보고 다른 방향성을 찾아야 했다.
4. 효율적인 사회복지사?
경영학과에서 항상 얘기하는 것은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보는 것을 강조한다. 한정된 자원에서 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은 기업의 존립에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efficiency)을 중요시 한다. 물론, 나 또한 효율에 미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복지는 효율 보단 효과(effect)를 중요시 한다는 어느 사회복지학과 교수님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연히 투입한 예산 대비 어느정도 성과가 나와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많은 것을 투입해도 그에 비해 성과는 미비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이 사회복지의 현장이다.
발달장애아이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다고 가정해 보자. 투입 대비 결과적으로 발달장애 아이는 얼마만큼 좋아질까? 그 좋아짐이라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비장애인과 똑같이 행동 할 수 있는 정도일까? 아니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시키고, 수능영역에 장애인인식개선 교과목을 집어 넣는다고 하면 지금 우리 시대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정말로 바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늘 효율을 중시하던 내가 효과에 대한 결과를 놓는 관점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아마 이런 관점의 변화가 내가 사회복지사라는 자기수용에 대해 조금씩 변화 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이건 여담이지만 예전 해외단기선교를 갔을때, 그 당시 선교사님이 15년을 선교사로 있으면서 전도한 사람이 10명이 안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점에선 15년 동안 선교를 하면서 10명을 전도한게 과연 잘한 일일까?라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 관점에서는 그 한사람을 회심하고 전도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것과 똑같다고 말씀 하신다. 이것이 기독교와의 유사점을 나타낼 수 는 없을 수 있으나,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사회복지 현장이 왜 늘 더뎌보이고,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가 고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과 이 마음을 나누고 싶다.
0. 나오기
나는 과연 어떤 사회복지사가 될까? 어떤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을까? 라는 고민의 시작으로 지금의 글을 작성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내가 경험한 것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한가지 놓치고 싶지 않은 점은 바로 '디테일'이다. 모든 것을 알고, 느끼고, 얘기하면 좋겠지만 오히려 그것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얻지 못할 수 있다.
누군가는 한번쯤 생각해봤을 이야기일 수 있고,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해 함꼐 나눠보고 싶은 이야기일 수 있다.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다양한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이 글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