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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May 19. 2022

장애인 단체 사회복지사와 배리어 프리 앱 개발자의 만남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에 대한 이야기

1시간 정도 진행된 줌 회의에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Q1.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A1. 저는 대한민국의 15개 장애유형 중 지체장애유형의 등록 장애인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협회는 전국 17개 시도협회와 230개 지회 그리고 65개 장애인복지시설을 수탁 운영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대 장애인 단체입니다. 이곳에서 지난 2년 6개월간 전국에 있는 저희 협회 산하의 법인 업무를 처리하고, 현재는 법인 운영 및 행정에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2. 아무래도 지체장애인 분들은 신체적으로 많이 불편한 점이 있을 텐데 대표적으로 어떠한 불편한 점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2. 네, 사실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현재 250만 명 정도입니다. 그중 125만 명 정도인 거의 절반에 가까운 장애 유형이 지체장애인입니다.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제약이 있다 보니 일상생활을 하는데 많은 부분이 불편합니다.


일반적으로 비장애인이 생각할 때, 일상생활에서 휠체어 장애인 분들을 보면 다른 상지 장애인보다 훨씬 중증 장애인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장애인의 직업재활 및 고용의 측면에서는 상지 장애인이 하지 장애인보다 장애 정도가 더 심하다고 판단합니다. 일을 하는데, 팔이 불편한 것을 더 중증 장애로 판단하기 때문이죠.


이렇듯 상황별, 장애 정도에 따른 복지 서비스가 나누어집니다. 아무래도 앞서 말한 대로 지체장애인의 수가 많다 보니 한정된 예산과 인프라 안에서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체장애인의 수는 많지만 증가율은 크지 않다 보니, 중앙정부(보건복지부 등)나 지자체에서도 현재의 복지 수준과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체장애인의 숫자와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한 복지 서비스 수준입니다.  


Q3. 지체장애는 대부분이 후천적으로 얻게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체장애인 분들이 장애를 가지고 살아갈 때 신체적뿐만 아닌 정신적, 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나요?


A3. 네 지체장애는 사실 예전에는 소아마비라는 질병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장애를 입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소아마비는 거의 사라지고, 말씀하신 대로 후천적인 사고나 질병 혹은 나이가 들면서 오는 퇴행성 질병에서 견인됩니다.


평생을 비장애인으로 살아오다가 어느 시점부터 지체장애인으로 살아가기란 스스로 장애수용에 대한 부분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불의에 의한 사고나 본인의 불찰로 생기는 사고로 인해서 평생을 장애를 입고 살아가야 한다는 그 절망감이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 더 힘든 부분이라 많이들 얘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를 입고 난 후에 신체적인 재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멘탈 재활에도 끊임없이 케어를 해야 합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가족과 친구, 동료에게 이르기까지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들 또한 당사자 뿐만 아니라 받아 드려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관계적인 측면에서도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장애를 수용하고 받아 드렸다고 하더라고 주변에 있는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 역시 장애인 당사자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Q4. 지체장애인 분들이 갑자기 지체장애를 얻게 되면 심리적으로 많이 힘드실 텐데 사회복지사 또는 협회 관점에서 그 부분들은 어떤 식으로 도와드리고 있으신가요?


A4. 초기 상담을 토대로 상대가 어떤 심리적 상태에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복지 실천론에서도 이러한 점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고 있고, 범죄심리학에서도 수사관과 피의자 간의 라포 형성을 해야 서로 간의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담에 대한 실무자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비장애인에게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장애는 나와 동떨어진 곳에 있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 주고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 나만 장애를 입고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깨기 위해서 각 지자체에 지회를 설치하여, 지역 내 지체장애인들의 소통과 대화의 장을 열어 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5. 저희는 도움을 드리고자 누리봄이라는 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누리봄에서는 정신적 상담과 비슷한 어려움이나 힘듦을 가지고 계신 분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해 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복지나 지원사항 등을 사용자에 맞게 정리된 정보 탭이 존재합니다.

•  게시판(소통, 상담 등) 기능과 정보(복지, 재활 센터, 병원 등) 제공 기능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혹시 추가하거나 빼야 될 것 같은 기능이 있을까요?

•  앱에 대한 느낌과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어떤 측면이었으면 하나요?    


A5. 사실 지체장애인 분들은 평균 연령대가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앱을 통해서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입니다. 지역별 지자체의 복지 서비스와 예산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앱이 각 지자체의 복지서비스, 지역 내 연계 서비스, 사회복지사의 개별적인 전문성 등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일 것 같습니다. 


여전히 4차 혁명이 오고, AI시대에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라는 영역은 늘 인간과 인간의 관계 안에서 해결해야 된다는 의식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통신 기술이 과연 얼마나 효과성을 가져다 줄지에 대해서는 사실 감이 안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서 이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코로나블루와 같은 우울증이나 답답함을 토대로 많이들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럴 때 이런 앱을 토대로 많은 지체장애인 분들이 소통을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소통에 대한 측면을 위해서는 지체장애인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에서 좀 더 세부적인 개념을 잡고 작은 타깃부터 점차 확대되어서 진행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지체장애인 여성들 중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예비 엄마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생각해 보면 좀 더 명확할 것 같습니다. 


지체장애인이지만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살아가는 분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본다면 보다 그 유대감이 결집력이 강하고 소통과 정보에 대한 전달이 명확할 것입니다. 그로 인해서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확실히 구축하고 다양한 소통의 장이 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https://www.autoeverapp.kr/

Q6. 제일 저희가 원하는 목표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공유를 통해 다소 폐쇄적일 수 있는 공간을 소소하게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더해가고자 합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필요해 보이시나요?     


A6. 장애인의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 협회가 주창하는 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장애인들이 구성되어 있는 팀이라고 한다면, 제 개인적으로는 장애인 당사자분들에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을 합니다. 


장애인 단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지만 장애인 당사자분들과의 대화나 삶에서의 접근성이 없다면 사실 일반 회사를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위해서 직접적으로 당사자이신 분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마련해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고, 간접적으로는 책이나 영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장애인 당사자분들의 삶을 엿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개발자분들 또한 공간의 폐쇄성이 아닌, 장애라고 하는 본인들의 선입견이나 갇혀 있는 사고와 관점을 넓혀야지 여러분들이 원하는 공간의 확장성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작은 5cm의 턱이 휠체어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높을지에 대해서 고민해보거나,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지하철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고민하거나, 사진을 찍을 때 자 우리 힘차게 오른손으로 화이팅 해봅시다고 했을 때, 상지 장애로 인해서 포즈조차 취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까지 장애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해보고 그분들의 삶에 대한 흔적으로부터 시작해본다면 분명 좋은 앱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함께 했던 팀이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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