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유효성, 업무 영상 가이드, 오픈 채팅을 활용한 데이터 취합 방법
우리 협회 산하 전체 사업장에 가입되어 있는 고용보험 가입자수를 토대로 고용노동부에 매년 신고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 그중 하나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남녀 근로자 및 임금 현황에 관한 사항이다. 남녀 근로자의 고용률, 임금의 편차, 근로기간, 중간관리자 비율 등에 대해 조사한다.
AA는 고용노동부 산하의 노사발전재단이 조사를 주관하여 각 사업장에 필요한 엑셀 양식을 보내주고 그것을 토대로 AA-net 사이트에 작성 후 신고를 하면 된다. 만약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하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우리 협회 산하 사업장은 17개 시도협회, 230개 지회, 65개 시설이 있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300개가 넘는 사업장에 해당 자료를 취합받아 정리하여 AA-net 사이트에 제출해야 한다. 아쉽게도 우린 전국에 있는 산하 사업장의 자료를 끌어 올 수 있는 그룹웨어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각 사업장에 메일을 보내 해당 엑셀 양식을 우리 중앙회(법인)에서 취합해야 한다.
분명 하나의 엑셀 양식을 산하 사업장에 전달하고 다시 받아 보면, 이게 우리가 보낸 자료가 맞나? 할 정도로 서로 각자의 양식과 스타일대로 작성해서 자료를 보내 준다. 예를 들면, 날짜를 기입할 때에도 각자 담당자의 스타일이 있다.
오늘 날짜 기준인 5월 22일을 작성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대략 이렇게 회신이 온다. 2022년 5월 22일, 2022-05-22, 2022.05.22, 20220522, 220502 이렇게 날짜만 조사한다고 하더라도 5가지 정도의 양식으로 오지만, 결국 노사발전재단의 제출해야 하는 양식은 2022-05-22이다. 이렇게 된다면 나머지 4개의 양식을 제출해야 하는 양식으로 통일하는 작업을 하나하나 해야 한다.
물론 이 작업이 뭐 어렵냐고 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300개 사업장의 전체 근로자의 대한 내용을 조사하게 된다면, 몇천 명의 근로자에 대해 조사해야 되기 때문이다. 카테고리 또한 이름, 성별, 소속, 직급, 직위, 보수총액, 입사일자 등과 같이 여러 개가 있다면 그 변수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런 수정 작업만 하더라고 시간이 상당수 걸리고, 해당 작성에 대한 상담 전화를 하면 더더욱 일이 복잡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은 게 있으니, 엑셀 양식에 있는 '데이터 유효성 검사'라는 것을 토대로 제출해야 하는 데이터에 제한을 걸어 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앞서 얘기한 날짜는 무조건 yyyy-mm-dd 로만 작성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는다면, 나머지 4개의 양식으로 작성하던 담당자는 어쩔 수 없이 yyyy-mm-dd로 작성할 수밖에 없다.
(댓글에 이메일을 적어주시면 해당 엑셀 양식을 드리겠습니다.)
나머지 셀 서식에도 내가 필요한 데이터만 작성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하였다. 이제 300개의 사업장의 모든 담당자는 해당 자료를 작성할 때 통일된 자료를 작성할 수밖에 없고, 나 또한 자료를 취합받았을 때 해당 자료를 수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엑셀 양식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작성 방법을 영상으로 제작하여 배포하였다. 이전 내 글을 보면, 업무 영상을 만들고 교육을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 첫 번째 시도를 이번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남녀 근로자 및 임금현황에 대한 엑셀 양식 작성 방법으로 만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yXzXi2dxrc
엑셀 양식을 만들고, 해당 작성 방법을 영상을 찍기 위해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몇 번의 촬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2시 가까이 돼버렸다. 내가 이런 양식과 영상을 만드는 시간을 쏟아붓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함이다.
정돈되어 있지 않은 데이터 값, 어떻게 작성해야 되는지 물어보는 담당자들의 상담 전화, 취합된 내용들을 정리하고 보완하고 안내해야 되는 이런 업무 프로세스 안에서 나라는 개인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데이터 유효성 검사를 통해서 통일된 양식을 만들어 주고, 작성 방법 영상을 통해서 알려준다면 내가 없더라도 설명을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추가한 기능이 있다. 바로 '오픈 채팅'을 추가한 것이다. 영상을 통해 작성 방법을 알려 주었지만, 그럼에도 이해가 안 갈 수 있기에 전화 상담을 통해 안내를 한다. 하지만 전화를 내가 받고 있는 동안 다른 담당자들은 내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활용하여 질문을 채팅방에 남겨 놓으면, 나 역시도 언제 어디서든 답변을 남겨 놓을 수 있다. 산하 담당자들을 이 업무 때문에 300명이 넘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채팅창에 초대하는 것도 어렵고,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롭게 자신의 익명성을 토대로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오픈 채팅을 통해서 원하는 답변을 듣고 자유롭게 퇴장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사업장의 담당자들이 하는 질문과 답변을 토대로 업무에 대한 다양성을 접할 수 있으니 더 자세하게 정보 제공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엑셀 양식을 원하는 데이터 값을 받을 수 있는 데이터 유효성 검사, 해당 작성 방법이 담겨 있는 영상, 이후에 궁금한 사항을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는 오픈 채팅까지 만들었다. 이러한 업무 프로세스가 기대하는 바는 역시나 시스템과 조직 문화의 자유도이다.
내가 자리에 없어도, 혹은 내가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거나 일을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다면, 사람이 바뀌는 것이지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업무의 시스템화와 조직 문화의 자유도가 높아진다.
이 사람밖에 못하는 업무를 만들어 놓는다는 것은 다른 일을 할 수 있거나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난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가는 식당은 있어도, 매일 가는 회사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신들의 역량과 경험을 키우기 위해서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일을 한다는 마인드다.
어떤 문제에 대한 사안을 나 밖에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전문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단순 엑셀 양식을 취하하고 제출하는 일이 나 밖에 못한다는 것을 과연 '전문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행정가로서,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 이런 일들은 최대한 빠르게 간결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고,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할 수 있게 시스템화를 만들어 놓을 것이다.
정말 내가 힘써 싸우고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 산하 사업장의 종사자들과의 정보 공유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 커뮤니티를 만든다든가, 장애인 복지 정책에 대한 장애인 단체로서의 중앙부처 및 지자체와의 협의점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들어 가는 이런 시스템 또한 나 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브런치에 이런 작업 과정을 상세히 작성하는 것이다. 이 역시도 누군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우리 협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료를 취합하고 수정해야 하는 수많은 담당자들이 이 글을 토대로 좀 더 효율적이고 스마트하게 일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