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에 대한 질문에 따른 해답 찾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에 대한 고민이라면 누구든 할 것이다. 여기서 한번 더 깊이 들어가 질문해 본다. 내가 속한 조직 내에서 잘할 수 있는 무엇일까?라고 질문한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선 질문은 내 상황에서 잘하는 일이 무엇 일지에 대해서 고민하면 되기 때문에 벌린 일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후자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토대로 회사와 조직 내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굴의 DNA를 토대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조직 내에서 마음껏 펼쳐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지난 2년간 고민하고 구상했던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2019년 처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에 왔을 당시 정말 출장을 많이 다녔다. 입사한 지 2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2박 3일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의 절정은 법인 종합감사를 전국으로 6주 동안 다닌 것이다. 그 당시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6주 동안 감사를 데리고 다녔던 현재 중앙회 국장님이 계신다.
항상 나에게 법인 종합감사는 무엇인가를 지적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산하 조직과 시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하나라도 알려주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얘기해주셨다. 그 당시 6주 동안 정말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모른다. 눈 뜨고 자는 순간까지 질문에 질문이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사실 그 시절에 너무 좋았던 기억으로 남기에, 지금까지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우연히 술자리 이후에 무슨 패기였는지 국장님께 대뜸 이런 얘기를 했다.
"국장님 지금 저희가 감사를 가는 내용이나 산하 조직에 필요한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토대로 영상 매뉴얼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저희 조직은 전국적으로 너무 방대하고 크기 때문에, 산하 직원들과 소통하기 어렵고 시간적, 공간적인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교육을 볼 수 있고, 전달할 수 있게 영상으로 업무 매뉴얼화를 시키고 싶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때 그 한마디가 참 좋았다. "응~ 좋아~ 준호쌤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말이다. 그리고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2년이란 시간이 흐른 여러 사유가 있었지만, 결론은 지금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이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했던 부분이 있었고, 누군가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지금 내가 속해 있는 기획행정부의 부장님과 함께 업무 영상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부장님이 갖고 있는 행정업무 능력과 내가 갖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무 영상 매뉴얼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물론 우리 부서 업무를 한정적으로 진행하지만, 점차 부서를 넘어서 중앙회 전체에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 보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그렇게 처음 시작하는 프로젝트가 '장애인고용장려금' 업무이다. 이제 장려금의 시기가 돌아오고 있다. 산하 조직과 시설에 장애인고용장려금 업무와 관련된 영상과 강의안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피드백을 받아 계속해서 수정 보완하는 것이다.
일주일 내내 회사와 집에서 장애인고용장려금 PPT강의안을 만들면서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제발 이 강의안과 영상을 토대로 산하 담당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이 업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강의안과 영상을 보고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없길 바란다는 마음뿐이다.
이 순간을 2년이란 시간을 기다려 왔다. 사회복지사는 행정업무를 중점적으로 전문가에게 연계해주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좋은 강사분들을 모셔서 대표자, 종사자에게 강의를 제공하지만 어느새 사업을 위한 시간이 되어버리지 않나 싶다.
지속 가능한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탐구하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누어 주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사회복지사에게 있어 '슈퍼비전'은 중요하다. 슈퍼바이저에게 내 '슈퍼비전'을 맡겨 놓지 않았다. 누군가 얘기했다. 비전이란 것이 텔레비전과 유사하다고 말이다. 즉, 일단 뭔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은 라디오와 다르게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비전은 일단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움직이거나 누군가를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래야 무엇인가 보일 수 있다. 굳이 회사와 조직 내에서 비전을 찾을 필욘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 밖에서도 비전은 찾을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내가 희미하게 보이는 비전을 좀 더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서 늦은 시각까지도 강의안을 만들고, 해당 프로세스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는 선택을 하였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 동안 사회복지 현장에서 운영팀으로 있던 부장님에게 이런 영상 매뉴얼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시기가 참 좋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날 것 같다. 그런 기대감이 조금씩 생겨나다 보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이곳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과정을 나는 브런치에 상세하게 남길 예정이다. 누군가 보이지 않은 비전을 고민하고 있다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사회복지사로서 1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있고, 2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앙 법인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도 있다.
누구든 좋다.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을 나누고 싶다.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일단 지금 당장은 좋다. 그래도 회사는 참 다니기 싫다. 아니, 회사를 재밌게 다니기 쉽진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3년정도 직장을 다니면 대부분 회사를 그만두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나 역시도 이런 순간을 마주하지 않았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일이나 회사를 고민해볼 시기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난 이 시기를 우리 조직내에서 해결해보려고 한다.
사회복지사로서 정체성을 갖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이제는 이곳의 구성원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기가 온것 같다. 잘 해보는 것 보다 무엇인가 해본다는 것을 주변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일단 움직이면 무엇이든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작은 일부터 큰 일을 하기 까지 함께 같이 갈 분들이 많이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