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단함을 글로 승화시키기

두서없이 쓰는 글이 가장 솔직하다는 걸 아는 지금의 시기

잘해 왔다고 생각한 나의 인생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칭찬 받기란 쉽지 않은 일 같다. 함께 살아갈 여정이기에 그리 호락 호락하지 않은가 보다. 그러면서도 나도 누군가에게는 칭찬을 혹은 사랑이 갈급하기에 스스로 채워가면서 살다 보니 몇몇은 그걸 '자존감'이라 말해준다.

'준호야 넌 자존감이 참 강한거 같아.' '그 끝없는 자존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니?' '참 너 처럼 생각하기 쉽지 않을텐데' 라는 말을 들을 때 마다 스스로 더 나를 격려해주고 열심히 살아가라는 나만의 행동임을 알 사람들이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싶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방법이 잘못 된 걸까? 잘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착각하면서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이러한 오글 거리는 망상에 가까운 생각들을 정신 차리고 보면 왜 이런 글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내가 아닌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오히려 이때의 솔직한 내 모습을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기에 내 스스로 이렇게 고단하고 힘든 삶을 글로 풀어야겠단 생각을 한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너무 지치고 힘든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서 누군가가 이 글의 대상이 되거나 저격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롯이 내가 나에게 쓰는 위로의 글일 뿐이지 누군가의 잘못이 얽혀 있어 그로 인해 상처 받거나 힘든 것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도 똑같은 나약한 그저 피조물이고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다시 한번 연약한 내 마음을 다독이기 위함이다.

누군가에게 내 연약함을 들어내면 좀 더 나를 다독여 줄까?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먼저 와서 손 내밀어 줄까? '넌그렇지 않을거라고 그렇게 보고 있지 않을거' 라고 오히려 가스라이팅을 할까?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아무 의심도 없이 그저 지금까지 이렇게 지내왔던 것 처럼 그저 밑도 끝도 없는 힘을 다시 모아서 그저 앞으로 나아 갈까?

나만의 세상을 지키는 일 쯤이야 아무것도 아니게 생각한 나인데,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일이 이렇게 힘들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던건 '함께'라는 이유로, '우리' 라는 이유로 더 힘이 날거라 생각했던 내 착각일까?

가족, 연인, 친구, 회사, 학교 여러 관계 속에서 내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드는 시기다. 이 모든 관계들을 잠시 다 내려놓고 그저 유유자적 아무것도 없는 곳에 혼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지칠 줄 안다. 힘들 줄 안다. 그럼에도 해내야 하는 일들이 있고, 함께 같이 가야 할 사람들이 있고, 내가 계획하는 내 미래도 있다. 그래서 난 참 요즘 저 '그럼에도' 라는 말이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해야되는, 그럼에도 라는 이 말 참 요즘 쓰기가 싫다.

감성 에세이를 쓸 줄 모르는 극T의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노라면 참으로 요즘 힘든 시기를 말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아무도 보지 못한채로,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채로, 그저 나를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위로 받을 수 있단 생각으로 쓰고 있다는 것도 서글픈 일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받아야 할 위로와 사랑을 어쩌다 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 마음 속 위로로 대신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럼에도 그정도 위로로 다시 또 한번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슬슬 글을 마무리 하며 나와의 만남을 끝내며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과 전문성을 가진 사회복지사로서의 글로 가득할 이 공간에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쓰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행히 내게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공간과 스쳐가는 몇 안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곳이란 생각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