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안정적인 고용과 자립을 응원하는 사회복지사 이야기
0. 들어가기
처음 기획행정부에 들어갔을 8월부터 본격적인 장애인 고용장려금 시즌이었다. 처음 2019년도에 우리 협회에 입사했을 당시부터 고용장려금 서류를 검토하는 일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소위 진득하게 책상에 앉아서 서류를 꼼꼼하게 봐야 하는 상황에서 고용장려금 서류를 검토해야 하는데, 사실 나에겐 그런 날이 많지 않았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2년 6개월 동안 조직지원부에 있으면서 고용장려금 서류를 1개도 검토해보지 못했고, 기획행정부에 와서 내가 고용장려금 담당자가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좀 열심히 서류를 검토하고 관심을 가져볼걸 그랬다. 언제 어떻게 내가 어느 자리에 무슨 일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늘 관심과 호기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1. 장애인 고용장려금? 그게 뭔데?
고용장려금 제도란? 장애인 근로자의 직업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고용촉진을 유도하고자 의무고용률(민간 : 3.1%, 공공:3.4%)을 초과하여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일정액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설명하는 고용장려금의 정의다. 쉽게 말해 장애인의 고용이 실제 취업 시장에서 고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장애인을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나라가 주는 장려금이다.
다만, 무조건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한다고 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앞서 설명한 의무고용률을 초과한 사업주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장애인 근로자를 1명이라도 채용을 했다고 해서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소 1명을 초과하여 고용하여야 하며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대비 장애인 근로자를 계산하여 고용장려금 지급 기준을 산출할 수 있다. (고용장려금 지급 신청에 대한 기준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2. 야근과 맞바꾼 장애인 고용장려금의 재미
사실 8월 부서 이동을 한 뒤로 2달 정도를 거의 매일 야근을 한 거 같다. 퇴근 후 1,2시간 정도 장애인 고용장려금 서류를 검토하는 시간을 보냈다. 앞서 얘기했듯이 2년 6개월 동안 단 1개의 고용장려금 서류를 검토하지 못했던 내가 매일매일 장려금 서류를 검토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고용장려금 서류를 검토하다 보면 하나의 사업장에 대한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느꼈다.
장애인정 구분, 장애유형, 상이등급, 중증(경증) 여부, 중증 2 배수 인정여부, 장애 인정일, 입퇴사일, 근무 직종, 급여, 장려금 외 중복 장려금 지급 여부, 상시근로자,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 원천징수 이행상황 신고서, 4대 보험, 중증장애인 확인서, 사업자등록증, 고유번호증, 최저임금제외적용인가서, 근로계약서, 최저임금 외에도 수많은 개념들을 알아야지 장애인 고용장려금 서류를 검토할 수 있다.
장애인 고용장려금 업무를 담당하면서 장애인 고용과 직업재활 촉진에 관한 관심도 많아졌다. 단순히 서류를 검토하고 장애인공단에 신청하는 업무로 끝이 아니라, 이로 인해 더 많은 장애인 근로자가 고용 시장에서 더욱더 유연하고 고용 시 사업주에게 돌아갈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까지도 고민하게 되었다.
3. 장애인 채용하고는 싶은데...
장애인을 채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비장애인보다 일하는 능력이 떨어질 것이란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똑같은 급여를 주어야 한다면 업무 능력이 조금 더 나은 비장애인을 채용한다는 게 많은 사업주들의 의견이다. 개인과 개인 간의 업무 능력에 대한 부분은 주관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 채용을 하기 위한 사회적인 인프라와 제도에 관한 거시적 관점은 어떠할까?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주 입장에서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던 여러 인프라와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인프라와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결국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그 비용에 따른 이익이 얼마나 발생하는지에 대한 손익을 따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그렇게 돈을 잘 벌면서도 장애인 채용에 대해서는 그리 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 이유가 이러한 이유다. 그냥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는 게 기존에 있는 인프라와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훨씬 비용의 지출이 적기 때문이다. 당장에 바뀌어야 할 것들이 경사로와 같은 편의시설, 장애인 화장실, 장애인 보조기구 비치, 장애인 주차구역, 사무실 안의 공간 확보 등 사업주 입장에서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장애인 1명을 뽑는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사리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채용을 해야 하는 이유
언젠가는 내 일을 하고 싶다고 난 늘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그렇게 얘기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럼 너도 장애인 직원을 뽑을 거야?'라고 말이다. 앞서 말한 이야기들을 나열해 놓으면서 나 역시도 장애인 직원을 뽑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 고용장려금 서류를 검토하면서 장애인 고용과 직업재활 촉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면서 장애인 고용 확대와 각종 교육 영상을 보면서 공부를 하는데, 내가 사업주가 된다면 어떨까 같냐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내가 참으로 야속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채용을 할 것이다. 적어도 장애인 단체에서 일을 하였고, 사회복지 일을 한 사업주라면 의식적으로 소외된 약자와 함께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을 비전과 미션으로 두어야 하지 않나 싶다. 나 역시도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다. 주변에 있는 좋은 분들 덕분에 그 부족함을 조금씩 채워나가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장애를 태어나면서 가진 사람도 있고, 후천적으로 가지게 된 사람도 있다. 나 역시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 역시도 장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명제는 듣기 싫은 이야기 같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보다 중요할 것이다.
0. 나오기
장애인 고용장려금 시즌이 또다시 찾아왔다. 앞으로 몇 달간 고용장려금 서류에 파묻혀 살 테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상기시키면서 힘을 내본다. 너무 아쉽지만 대한민국에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고 생활을 하는 것이 모든 장애인들에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들이 있고, 비장애인과 경쟁하는 것이 어렵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고용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장애인들이 있다. 이 두 마음이 하나로 잘 모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일이 내 일임을 알기에 이번 장애인 고용장려금 시즌 또한 기대하는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넘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