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준호 Jul 12. 2023

사회복지사의 소개팅 그리고 만남

02. 종사복 사례관리 사회복지사와 장애인 단체 사회복지사의 소개팅

와이프 : "제가 너무 제 얘기만 했죠?"


나 : "아니요 너무 재밌어요 더 해주세요!" 


지난 첫 만남의 아쉬움을 뒤로 한채 난 애프터를 신청하였다. 처음 소개팅을 한 바로 다음날 우린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흔히들 삼프터(?)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난 세 번은 만나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첫 번째 을지다락에서 펼쳐 놓기만 했던 이야기들을 담아야 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아내는 종합사회복지관의 사례관리 업무를 하는 사회복지사였다. 나는 장애인 협회 중앙회에서 일을 한다. 그래서 항상 사회복지 현장과 일선 사회복지사에 업무에 대해 궁금했다. 이런 내 궁금함을 알고 있었는지 아내는 자신의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 이야기들이 나에겐 하나하나 너무나 재밌는 이야기였다.


아내는 지역사회 사례관리팀이다. 복지관은 지자체로부터 위수탁을 받아 운영한다. 이런 복지관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사례관리다. 지역 내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역 내 주민들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파악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지자체와 공유하고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역할이 바로 사례관리 업무다. 이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지금의 내 아내였다. 


아내는 지금도 좋아하는 초밥과 맥주를 먹으면서 자신의 사례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사회복지사의 윤리 강령 중 비밀보장의 원칙을 지켜가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는 모습이었다. 이때 알았다. 이 사람은 원리 원칙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구나. 지금의 이 삶의 태도는 결혼을 한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때 그분에겐 분명 이 연계 서비스가 필요했다고 전 생각해요" 


"대상자는 많은데, 제공할 서비스와 재원이 한계가 있어서 너무 아쉬워요"


"사각지대 발굴을 할 때, 지역 내 주민들을 만났을 때 좀 더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싶어요"


"팀 내 사례관리 회의를 할 때, 가끔 답답할 때가 있는데 제가 이상한가요?"


첫 만남에서 수줍게 을지다락 오므라이스를 반도 못 먹은 그때의 그분은 없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 맥주를 한번 더 시켜 열을 식히는 모습이 난 너무 보기 좋았다. 사회복지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싶었지만, 이 정도까지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우리는 두 번째 만남에서 그 어렵다는 코로나19에서 2차를 가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근처 호프집에서 식혀지지 않았던지 열을 시키기 위해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또 한 번 이런저런 사회복지 이야기를 했다. 난 이 시간이 너무 재밌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아내가 재밌고 좋았다. 


사례관리팀이라고, 사회복지사라고 자신의 일이나 생각을 이렇게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이 사람은 늘 진지하구나. 늘 진정성을 갖고 일하려고 하는구나.라고 말이다. (그래서 살다 보니 농담이란 걸 하면 곧이곧대로 받아드려 난감할 때가 많다)


우리의 대화의 끝은 아쉽게도 이른 영업 마감시간이 되어 끝을 냈다. 짐을 챙기고 슬슬 나갈 무렵 TV에 '유퀴즈'가 방송되었고, 100만 원을 건 문제가 나가고 있었다. 나는 저 문제의 답이 '000'일 거 같다고 얘기를 했다. 아쉽게도 정답을 알지 못한 채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은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날 나에게 먼저 카톡이 왔다. 


"그 유퀴즈 정답 000이네요 ㅎㅎㅎ"


됐다. 삼프터를 할 준비가.

매거진의 이전글 사회복지 부부의 남편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