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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하리 Oct 27. 2024

주짓수양록

Combate! (콤바치!) : 도전의 시작


콤바치 모습
체육관에서 시합 연습


Combate!(콤바치!)란? 

스파링 또는 시합의 시작을 의미.

주짓수 시합 또는 스파링을 할 때 손바닥을 마주친 후 주먹을 맞닿는 인사를 콤바치라고 한다. 콤바치는 영어 Combat의 포르투갈어로 싸우기, 전투, 교전, 격투, 논쟁, 구론(네이버 어학사전 참조)의 의미를 뜻한다.


출처: 주짓수 매거진



 아들의 첫 시합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그 열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스무 번 넘게 본 영상인데도 매번 볼 때마다 눈물이 흐르고, 감동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그러던 중 아들이 뜬금없이 물었다.


  “엄마, 시합할 때 심판 선생님이 이상한 말씀을 하시더라? 콩바치래! 그게 뭐야?”

  “콩...? 뭐라고? 나는 태어나서 그런 말 처음 듣는데?”

  “주짓수 인사하기 전에 콩바치! 이러셨는데, 진짜 웃기지?”


 나는 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는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법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 아들의 질문이 잊혀 갈 때쯤, 우리 가족이 첫 시합을 준비할 때였다. 긴장되는 마음에 시간을 쪼개며 유튜브로 ‘주짓수 첫 시합’을 연신 검색하다가, 영상 속에서 심판이 “콤바치!”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았다.


 아들이 영상을 보며 신나게 “엄마, 내가 말한 게 저거야! 콩바치!”라고 외치자, 나는 아이의 흥분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콩바치 하면 인사하고 시작하는 거야~ 알겠지?” 아들은 시합의 선배답게 자신감 있는 태도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시합 일주일을 남기고 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시합 전에 기술 외에 알고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심판이 하는 기본적인 말들은 알아야 돼요. 두 선수가 매트에 올라오면 심판이 ‘콤바치!’라고 외칠 거예요. 그럼 스파링 할 때처럼 인사하고 바로 시작하면 돼요. 가만히 있으면 절대 안 됩니다! 콤바치했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가만히 있다가 상대가 인사하고 바로 서브미션으로 들어가서 시합이 순식간에 끝나는 경우도 있었어요.”


 나는 마음속으로 운동에도 인사법이 따로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주짓수의 세계가 이렇게 다양한 규칙과 매너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런 매너와 인사가 익숙하지 않았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남들 앞에서 무언가를 하면 얼굴이 금세 빨개지고 목소리가 떨렸다. 어렸을 적엔 출석 부르는 시간조차 두려웠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습관은 여전했다. 주짓수처럼 낯선 환경에서 처음 듣는 인사법을 배우고 따라 하는 일은 내게 더욱 큰 도전이었다.


아들과 함께 체육관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정 엄마도 나와 같은 성격이었지만 늘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듯 나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다. 

 주짓수 선수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아들에게 말로만 공감하기보다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진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서 대회에 참가했다. 


 여자 화이트벨트 마스터 체급에는 나를 제외하고 단 한 명도 없었다. 단독 우승보다는 경기를 통해 진정한 도전을 하고 싶었다. 처음엔 지더라도 부족한 부분을 배워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대진표를 확인하는 순간 ‘꼭 이겨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해냈음을 보여주리라.’는 마음이 강해졌다.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만의 시나리오를 그려갔다.


 매트 위에서 들은 “콤바치!” 소리는 영상에서 들었던 것보다 훨씬 강하게 온몸을 긴장시켰다. 


 이제 시작이다.     

온 신경을 집중해 상대의 깃을 먼저 잡으려고 저돌적으로 다가갔다. 한쪽은 깃을, 다른 한쪽은 팔을 잡으며 서로 견제하는 중, 상대가 클로즈 가드를 하자 나는 속수무책으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팔을 잡히면 암바나 트라이앵글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에, 상대의 띠를 잡고 양 팔꿈치를 상대의 허벅지에 눌러가며 클로즈 가드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상대의 다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리 팀 세컨의 조언을 들으며, 허리띠를 잡고 일어섰다가 다시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 나는 뒤집히며 마운트자세에 눌렸고, 브릿지 자세로 상대를 튕겨내려 했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처음엔 상대의 압박에 당황했지만, 그 순간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걸 느꼈다. 상대와의 싸움뿐만 아니라, 내 안의 두려움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밀어내려는 싸움이었다. 그동안의 훈련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탭을 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끝까지 버티고 버텼다. 지금 생각하면 비기너다운 고집이었다.


 결국 점수로 패하고 말았고,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후 매트에서 내려오며, 패배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나는 그동안 주짓수를 통해 배워온 것이 무엇인지 곱씹었다.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딱 한 번만 더 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선수를 다시 만나 경기를 하고 싶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았던 그날의 첫 시합이 계속 도전하게 만든 시작점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들이 나를 보며 말했다. "엄마, 그래도 엄청 잘 싸웠어! 다음엔 이길 거야."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합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아들에게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을 계속 보여줄 것이다.     


 돌이켜보면,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순간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었다.     






*<부문 및 체급 참고>

시합마다 조금씩 다르거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마스터 기준: 1994년생까지

●비기너 기준: 2 그랄 이하 및 주짓수 시작일로부터 6개월 이하(수련기간 X), 

2 그랄 이하더라도 시작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된 선수는 비기너 출전이 불가능함.

-비기너 선수가 화이트벨트 신청 가능

-비기너 앱솔은 존재하지 않고, 화이트 앱솔로 신청하면 됨.     


●중등부->고등부, 어덜트 월장 가능

●고등부->어덜트 월장가능

●마스터->어덜트 월장가능     


●내 체급보다 윗 체급으로 신청 가능하지만, 아래 체급으로는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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