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찾은 내 손 안의 봄
여느 때와 똑같은 평일 어느 날 부쩍 바빠진 회사일로 정신이 없는 오전을 보냈다.
화장실도 쉽게 가기 어려울 만큼 너무 바빴는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고생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꽃집을 갔다.
평소에 사치를 부리지 않는 타입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리지아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필 품절.
그래서 그날 꽃집에 있는 가장 밝고 예쁜 꽃으로 세 송이 구매했다. 만 오천 원. 그렇게 만 오천 원을 내고 가게를 나와 벤치에 잠시 앉았다. 날씨가 어느새 봄인 3월의 기온을 나타내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구나. 내 손안에 봄이 느껴졌다.
숨이 턱 막히는 사무실에 노란 꽃 세 송이를 내 자리 옆에 두었다. 향기가 그리 진하지도 않은 라난큘러스였는데 향긋한 냄새가 났다. 어둡게 칠해졌던 내 마음도 잠시나마 다시 본연의 밝은 노란색을 되찾은 듯했다.
사회인이 되고 '직장인' 신분의 나에 가려져서 본연의 나에 대한 기분은 신경 쓰지 못했다. 바빠 죽겠는데 사무실에서 진짜 나에 대한 스스로의 배려는 사치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찾아왔다. 나도 소중한 사람인데, 이런 기분으로도 아무렇지 않은 척 똑같이 일을 해야 하구나. 스스로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그래,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을 바엔 차라리 강제적으로 기분전환을 해보자.
꽃은 나에게 주는 작은 사치이자 선물이다. 그런데 그 작고 향기로운 생물이 생각보다 큰 에너지를 전달한다. 상처받고 힘들었던 마음을 위로하고 다시 웃게 할 힘을 만들어낸다. 난 그 에너지로 지독하게 힘들었던 그날의 오후를 버텨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날의 에너지를 가져다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타인을 생각하는 만큼 나에게도 스스로 많은 배려를 해야겠다. 이제부터 내 기분은 내가 책임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