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이 없어야 좋은 음식이다
어김없이 이번 달도 점심시간에 미팅이 잡혔다. 동아시아 직원들만 참여하는 미팅이 아니라 멀게는 정 반대의 시차를 가진 직원도 참여해야 하니 이제 이 정도는 익숙하기도 하고 이해가 되는 외국계 4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세월이 흐른다는 건 거울 속에 비친 나이 들어가는 ‘나’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도 있지만 그만큼 많은 것들을 용납할 수 있는 ‘내’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팀원들과 식사를 하기 어려워서 비교적 간단히 점심을 먹어야 한다면, 나의 메뉴는 주로 ‘샌드위치’이다. 회사 앞 1분 거리에 샌드위치 전문점이 있기도 해서 메뉴판의 모든 메뉴를 도장 깨기 하듯 주문해 보기도 했고, 정말 바쁠 때는 별다방 카페에서 사이렌 오더로 ‘따뜻하게 데움’ 옵션으로 샌드위치를 포장 주문하기도 한다. 현대인에게 샌드위치는 간편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커피와 잘 어우러지니 직장인 필수 템이 아닐 수가 있을까.
주로 주문하는 메뉴는 담백한 맛이 좋은 ‘루꼴라 치즈 샌드위치’ 아니면 ‘토마토 햄 치즈 샌드위치’ 또는 ‘에그 베이컨 샌드위치’다. 평소에는 담백한 맛이 좋다. 전방 500m 앞에서 맛있는 냄새 폴폴 풍기며 누군가를 유혹하는 음식까지는 아니겠지만 주 2회 이상 먹어도 부담이 없는, 그래서 더 생각나는 그런 맛. 어쩌면 내가 추구하는 바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음식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난 담백한 것들이 좋다.
담백한 음식은 화려한 향취가 없지만 한번 맛보고 돌아서면 생각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언제 먹어도 무난해서 쉽게 질리지 않고 크게 자극적이지 않아 부담도 없다. 나에게 잘 맞는 음식은 먹을 때도 기분이 좋고, 먹고 난 이후에도 탈이 나지 않는 식품이지 않을까? 끝이 좋아야 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고 그게 연결되어 재방문 결정을 내리게 한다.
그러니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샌드위치다. 지치고 자극적인 일상에 무난한 음식을 추가하여 삶의 밸런스를 맞춘다. 강도를 조절할 줄 알아야 롱런도 가능하다. 피곤할 때일수록 매운맛 떡볶이보다도 무난한 음식을 택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나를 잘 알아야 찰나의 순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