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호박
지난 주말에 텃밭에서 애기 머리통 만한 애호박을 5개나 수확했다. 주말농장을 하면서 소소한 기쁨이 많았지만, 이날의 기쁨은 거의 ‘심봤다’ 급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작은 텃밭 농사를 5년째 짓고 있으면서 어떻게 하면 애호박을 좀 먹어볼 수 있을까가 항상 고민이었다. 이웃 선배님들의 조언은 씨 뿌리기 전에 호박 구덩이를 깊게 파고 거름을 넉넉히 주라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항상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호박에게 할당할 수 있는 땅의 크기도 넉넉하지 않고 퇴비 외에는 거름도 이렇다 할 것이 없어서 한 해에 한두 개 맛보는 정도로 그쳤는데 올해는 이날의 5개를 포함하여 약 10개 정도를 수확하는 성과를 올렸다.
호박이 한창 넝쿨을 뻗어나갈 때 일조량이 풍부했고, 비도 많이 와서 도움이 된 것 같다. 그 외에 호박의 순을 계속 따 준 것, 그리고 발효된 음식물 퇴비를 꾸준히 시비한 것이 풍작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본다. 집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과일의 껍질과 씨, 생선의 뼈, 그리고 잔반들을 EM이 들어있는 통에 넣어두면 사나흘 만에 발효가 되어 시큼한 냄새가 나는 발효액이 되는데, 이것을 꾸준히 호박 뿌리 근처에 시비했다.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가 자양분이 되어 이렇게 순결한 호박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지구 환경 보호에도 일조를 하고 집안에 날아다니는 날파리의 개체수도 급감하니 정말 일석삼조라 아니할 수 없다. 얼치기 도시농부는 오늘도 지구와 인간의 공생 방법을 찾기 위해 텃밭으로 향한다.
2025. 10.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