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편] 하루 커피값 1,300원이면 됩니다.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다 보면 보는 눈이 즐겁다. 광화문 광장 주변으로 멋진 외관을 자랑하는 높은 빌딩들이 많이 있고, 구경할 거리도 많다. 하지만 눈이 즐거워 편하게 들어가 보이는 곳에서 돈을 술술 쓰다 보면 내 주머니 사정이 즐겁지 않을 수 있다. 요즘 만원 한 장으로 점심 먹기 어려운 시대라는 뉴스를 자주 볼 수 있다.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점심시간에 광화문에서 밥 한 끼를 먹으려면 평균 만원이 나온다. 밥도 밥인데 특히나 커피값이 보통이 아니다. 광화문 메인 거리에는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들이 거의 포진해 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나 라떼 한 잔 마시면 4천 원에서 5천 원은 기본이다. 좀 저렴한 커피를 마셔보려 다른 카페를 찾으려면 빌딩 지하로 들어가거나 광화문 메인 거리에서는 조금 벗어나야 한다.
처음에는 ‘돈 버는 데 이 정도 커피값 정도는 써도 되지’라고 생각하며, 매일 커피 한 잔씩 마셨다. 내가 주로 마시는 라떼는 5천 원 상당. 하루에 커피값 5천 원을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커피값이 5일 모이면 2만 5천 원, 한 달이면 10만 원이다.
우리 회사는 커피 머신이 따로 없기 때문에 일단 커피를 마시려면 구매를 해야 한다. 그런데 커피만 사 먹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필요한 간식이나 생필품도 중간중간 사기 때문에 생각보다 지출이 잦아진다. 그러다 보니 딱히 쓴 데는 없는데 월급이 스쳐진다 간다는 말을 눈으로 보게 되는데, 통장내역에서 별 것 아닌 카페 이름이 많이 찍혀있는 것을 보면 참 허무하다.
내 통장내역에 매일 카페가 찍히는 것을 보고 안 되겠다 싶었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돈을 써야 한다면 줄여보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현재 나는 매일 커피값 1,300원으로 살고 있다. 어떻게 그런 금액이 나올까? 바로 집으로 배송받은 파우치형 커피를 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대용량으로 시키면 파우치형 커피 1개가 약 800원이다. 다만, 여름에는 아이스가 필요한데 회사에서는 냉동고가 항상 꽉꽉 차 있어 얼음 얼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얼음컵 500원짜리 하나 사서 집에서 가지고 온 파우치 커피를 타셔 마셨다. 이렇게 하면 아이스커피 한 잔에 1,300원이 된다. 맛은 카페에서 만들어준 라테 맛하고 비슷했기 때문에 그 더운 여름에 아이스커피 마시러 카페 가는 횟수가 확 줄었다. 물론 커피 머신으로 제조하는 커피보다는 약간 맛이 떨어질 수 있지만, 답답한 회사 안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이래나 저래나 다 맛있다.
날이 추워지면서 이제는 파우치형 커피와 얼음컵 대신 스틱 커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역시나 집에서 가지고 온 스틱커피에 뜨거운 물만 부어서 이용하니 간편하기도 하다. 커피값 몇 천 원 아끼는 것은 일상에 꽤나 큰 변화를 불러온다. 커피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아끼려는 습관이 점점 생기기 시작한다. 몇 천 원 아끼다 보니 몇 만 원 아끼려는 노력은 당연시 따라오는 것이다. '오늘은 커피값을 아낀다면 다음에는 어떤 것을 좀 더 줄여볼까?' 생각이 들며 말이다.
물가 높은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며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이리저리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