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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Jun 08. 2024

완벽주의의 노력은

바보 같은 게 아니라 좋은 결과를 위한 과정 중


인간은 자고로 완벽한 존재가 아닌데,
그래서 협력해야 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건데
나는 왜 자꾸 완벽하려고 바둥거리는 걸까


S#1. 나의 완벽주의를 인정하다

         오클랜드/ 2024년


내가 가진 [완벽주의]

그것은 태어났을 때부터 나와 함께였을까? 아니면 살다 보니 여러 가지 환경변화로 생긴 것일까?


잘 모르겠지만, 나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거나 잘못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달려 나간다. 그 일만 생각하고, 어제보다 오늘 더 잘 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내가 업무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결과에 따른 기대치는 무척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를 포함한 신입사원이 3명이라고 했을 때, 그중에 나는 1등이 되어 인정받고 싶다. 하지만 나머지 2명도 열심히 노력할 테고, 내가 가지지 못한 그들의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장기적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 잘하고, 좋은 결과를 내고 싶어 한다. 조바심과 불안감으로 채워진 일상이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 한마디로 요령 없는 욕심꾸러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거나 잘 모를 경우 실망감이 들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잘 안돼?! 왜 몰라줘?’


오호통재라, 안타깝고 안타깝다. 결과가 중요한 이 세상에 노력만 힘들게 하고 결과가 없구나.


열심히 하는 것은 제삼자가 봐도 인정한다고 치자. 그럼 여기서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건데?!

요령껏? 결과에 집중? 성격을 고쳐? 고민은 그만?


그렇다. 한국이었다면 팀장님, 과장님 소리를 들을 나이인데 아직도 이 고민을 한다는 것은 너무 늦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계산해 보자. 서른이 넘어 이민을 오고, 아이 둘을 독박육아고 키우고, 영어를 배워 10년 만에 첫 사회생활이면 잘하는 것 아닌가?


그래! 한번 상상해 보는 거야.

내가 노력 최상, 결과 중간이 아닌 노력 중간, 결과 최상인 삶을 산다면?!




S#2. 노력보다 항상 결과가 좋다면,

         오클랜드/ 상상 속


이제 막 디자인 업무를 시작했다.

예전에 잠깐 했던 경험을 살짝 언급했을 뿐인데 원하는 곳에 취직됐다. 내가 하는 업무는 거래처에서 요청하는 브랜드마크를 디자인해 판매하는 일이다.


어제 친구 생일 파티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입사 며칠 만에 지각할 뻔했다. 정신 차려야 하는데 아직도 머리가 아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입에 물고 디자인을 시작했다. 집중이 안 되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디자인이 나올 리 만무하다.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나에게 말이다.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서칭 했다.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마크와 가장 흡사한 것을 찾았다. 본래 디자인이란 기존의 것에 나의 상상력을 더해 만드는 것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서칭 한 이미지를 다운로드하였다. 합격통지를 받고 유튭을 통해 찾아본 포토샵 기능을 몇 가지를 이용해 조금씩 수정해 본다.


‘운칠기삼이라는데 해보면 뭐라도 되겠지.‘


이미지 수정을 완료한 후 상사에게 보고했다.

“오. 생각했던 것보다 이미지 좋은데? 고생했어. “ 상사가 말한다.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며 속으로 생각한다.

‘삶은 요령이지. 역시 난...‘


그렇게 능력도, 노력도 없이 의미 없는 월급만 받으며 지내던 어느 날 거래처에서 연락이 왔다.

“oo기업에서 디자인 도용으로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어제 받은 디자인 파일이 xx 브랜드 것과 너무 비슷한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일하시면 그 회사와 더 이상 거래할 수 없습니다.”


큰 노력 없이 좋은 결과만 가져오던 일상에 작은 돌 하나가 날아왔고, 그 파문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이 파도처럼 커져갔다.


처음에는 변명으로, 주변 탓으로 버텨보려고 했지만 백사장 모래성처럼 그동안 쌓아 올린 경력은 현실이 드러나며 무너져버렸다.



S#3. 노력이 결국 결과가 될 거야.

         오클랜드/2024년


한번 상상해 봤다.

노력대비 결과가 계속 좋으면 ‘나는 노력 안 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자만심과 허영심으로 물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설령 운이 따르던 시기였거나.


노력을 하다 보면 그 일에서 배우게 되는 노하우가 생길 것이고, 그렇게 나만의 경력과 실력이 되어 더 나아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 상상해 보니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뭐‘


오늘의 이 일도 나에게 자양분이 될 것이고 이것이 쌓여 더 멋진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노력만 하는 내가 바보 같은 게 아니라 좋은 결과를 위한 과정을 잘 지나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나를 누군가는 알아보겠지. 그렇게 좋은 인맥도 다가올 것이다.


다 좋은 거네? 그러니 오늘도 자책하지 말고,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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