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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May 25. 2024

성선설? 성악설?!

나는 그냥 착하게 살란다.


S#1. 학교(도덕 시간)

          1995년/서울


”자, 여러분.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은 "인간의 성품은 선하게 태어난다"라는 뜻이고, 순자의 성악설(性惡說) "인간은 본래부터 악하다"라는 뜻이에요. “ 선생님이 말씀하시며 그 부분에 밑줄을 그으라고 하신다.


형광펜으로 그 부분을 쭈-욱 그으며 생각한다.

‘뭐야. 그럼 맹자는 선한 사람이고 순자는 악한 사람인 거 아니야?’, ‘왜 옛날 사람들의 이름에는 ’ 자‘가 많이 들어가는 거야? 맹자, 순자, 영자, 숙자…’

그러다 문득 점심시간이 되려면 얼마나 남았는지 시계를 확인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였다.


S#2. 2024년/오클랜드


지금도 그 철학적인 의미를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굳이 따져보자면 나는 성선설에 가까운 사람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도 들은 적 있으니 말이다.

선하게 살다 보면 이상하게도 세상일에 ‘손해’ 보는듯한 억울한 기분이 많이 든다. ’왜 나만 이렇게 사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나쁘게 막살아야지!’ 생각해도 그렇게 살지도 못한다.


뉴질랜드에서 친절한 키위들과 살다 보니 화나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까칠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는지 본인은 알고 있을까? 지금 배가 고프거나 오늘 잠이 부족해서 예민한 것은 아닌지. 요즘 인간관계에 지쳐있는 건지, 돈 때문에 걱정이 많은 건지.’


이유 없이 그렇게 미간을 찌푸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왜 기분이 나쁜지 원인을 모를 수도 있다. 그것을 깨닫고 완화시키는 일은 어려운 일이니까.


나는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기분이 나쁘고 짜증이 올라오면 곰곰이 생각한다. 그럼 밥 먹을 시간을 놓쳤거나, 운동을 오랜만에 많이 해서 좀 피곤하다거나 일이 늦게 끝나 체력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면 핸드폰 배터리가 충전되듯 에너지가 차오르고 기분이 완화되는 것을 느낀다.


타인에게 사소한 일로 까칠했던 그들 역시 소중한 가족 앞에서는 환한 웃음을 지을 테고, 밤에는 슬픈 영상을 보며 눈물을 훔칠 수도 있다.


결국 성선설, 성악설보다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성무선악설에 동의하게 된다. 사람이 자라온 환경과 후천적인 원인으로 현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는 손해 보는 기분이 들더라도 악플보다는 선플을 남기고, 규칙을 지키고, 날카로운 눈빛에도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으로 계속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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