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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May 11. 2024

유명인이 되어 볼까?

‘끼’는 없고, ‘글’이 있는 사람


유명인(有名人, 영어: Celebrity)
대중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사람 -위키백과


유명인으로 살아가는
꿈을 꿔 본 적이 있으신가요?


나는 주목받는 거 질색이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자리에서 스폿라이트를 받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과 달리 스폿라이트를 받고 싶어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서서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유명해진다는 것은 나와 맞지 않아서, 어쩌면 피곤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다.


S#1. 1998년, 서울

         나, 모델이 될까 봐!


나는 어려서부터 살이 잘 찌지 않고 키가 컸다. 빼빼 마른 몸에 큰 키로 언제나 뒷줄에 서야 했고, 내 나이대로 보이는 일이 드물었다.


그때 한창 Ceci나 Kiki 같은 매거진이 유행할 때였는데, 그 사진에 나오는 공효진, 김민희, 김효진 같은 모델들이 친구들 사이에서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래, 나도 키가 크니까 모델을 해보자!'


요란하고 어울리지 않는 메이크업을 하고는 집 앞 사진관에 찾아가 잡지에 보낼 프로필 사진을 찍고 현상했다. 집에 와서 유심히 사진을 보던 나는 처음으로 객관적인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끼'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나는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 옷에 나를 끼워 맞추고 있었다. 결국 어느 곳에서도 연락을 받지 못했고, 유명인이 되고자 하는 나의 꿈은 반이 접힌 채 서랍장에 들어가 앉았다.


S#2. 2021년, 오클랜드

        인플루언서가 되자


다양한 매체의 SNS가 등장하면서 인플루언서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한 후 얼굴을 올리고, 아이를 올리고, 반려견과 반려묘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래, 뉴질랜드의 일상을 다룬 유튭을 해보자!'


그런데 아무리 아무리 노력해 봐도 카메라 앞에 설 수가 없었다. 내가 내 모습을 찍는다는 게 너무 어색했다. 웃음이 나서 도저히 영상을 찍을 수 없었다. 이렇게 어색하게 카메라를 의식하는 내 모습을 나조차도 볼 수가 없었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잘 촬영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직도 나에게 ‘’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


S#3. 2024년/ 오클랜드

        나에게는 ’ 글‘이 있었구나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보다 유명해졌을 때 포기해야 할 시간과 가치가 나에게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계속 글을 써 내려가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 더 밝아지고 편안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며칠 전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팔로워의 힘들다는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힘이 되고자 짧게 남겼던 그 댓글에 지나가던 누군가도 영향을 받았다며 고맙다는 댓글을 받았다.


‘내가 남긴 몇 마디가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그녀의 ‘듣고 싶었던 한마디’였다니.’


일상생활에서 불현듯 마주치는 따뜻한 한마디나 곰곰이 되뇌게 하는 한마디를 줄 수 있다는 것에 나 역시도 마음에 온기가 채워졌다.


나에게 ‘끼’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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