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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Apr 27. 2024

자유로운 내가 되기까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


영어, 수영, 운전


이 세 가지만 편안하게 할 정도의 수준이 된다면 전 세계 어딜 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3가지는 꼭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S#1. 영어

        프랑스 파리/2007년

         

첫 배낭여행.

중학교 때 시작한 학교 영어, 대학교 들어가며 시작했던 원어민 회화. 딱 그 정도의 영어실력만 가지고 호기롭게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 가는데 이 정도 할 줄 알면 됐지, 뭐.’

그렇게 배짱 가득 안고, 여행을 시작했다.


역시나, 짧은 영어만 가지고 유럽 5개국을 돌면서 자유를 찾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차티켓을 구매할 때는 알 수 없는 불어와 긴 영어문장에 같은 말만 반복하다 겨우 산 티켓을 가지고 서둘러 나오기도 했다. 친절히 알려주는 외국인들도 물론 많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과 대화들로 상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끼며 자신감이 점점 사라졌다.


영어의 필요성을 몸으로 직접 느꼈다.

‘내가 이 정도 수준이었구나, 제대로 다시 해봐야겠다.‘ 다짐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S#2. 수영

       발리/ 2012년


결혼식을 마치고, 찌든 회사생활의 쉼표로 신혼여행이라 불리는 쉬는 시간을 가졌다. 자유롭게 여행하고, 먹고, 즐기던 중 배를 타고 바다 가운데로 나가 수영하고, 즐기는 코스가 있었다.


구명조끼에 스노클링까지 모든 게 어색한 나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조끼 없이 자유롭게 다이빙을 하며 놀고 있었다. 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바닥의 끝은 보이지 않고, 물고기는 떼를 지어 다니며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디즈니 인어공주에서 볼 법한 장면이었다. 너무 아름다웠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어릴 적 물에 빠졌던 트라우마로 깊은 바다가 무서웠고, 물고기들도 너무 많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 내 발밑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바닥까지 자유롭게 수영하며 즐기는 남편의 모습을 보았고, ‘정말 자유로운 것이란 저런 것이구나.’ 느끼게 됐다.


S#3. 운전

        뉴질랜드/2017년


결혼 후 장롱면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연수를 시작했다. 가까운 거리부터 조금씩 연습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와 둘이서도 이곳저곳을 잘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러다 뉴질랜드로 이사를 왔는데, 차선이 반대가 아닌가!

왼쪽 차선 유지, 깜빡이 반대, 와이퍼 반대, 좌회전 주의, 라운드어바웃까지.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 배워야만 했고, 연습해야 했다. 땀이 안나는 체질임에도 운전한 후에는 손에 땀이 차 있었고, 식은땀을 흘린 적도 많았다. 텀브레이크가 되어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장거리 외출이라도 다녀오면 영어와 운전, 모든 것에 긴장이 풀려 쓰러져 잠들기도 했다.


S#4. 오클랜드/2024년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나의 영어레벨은 모르지만, 현재 오클랜드에 있는 주얼리 쇼룸에서 일을 하고 있다. 주얼리를 디스플레이하고, 고객에게 설명하고, 판매를 한다. 가끔 말하고 싶은 단어가 기억이 안나기도 하지만 다른 단어를 이용하는 등 큰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다.


호흡조차 안되던 수영은 수업을 들은 후로 호흡이 가능해졌고, 기본적인 영법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영을 배워도 깊은 물에 대한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름이 되면 아이들과 오리발 끼고 스노클링을 즐기지만 나는 아직 조끼를 입는다.


운전에 대한 큰 두려움은 없다. 지금은 왼쪽차선이 익숙하지만 차선 방향이 어느 쪽이든 잠깐의 적응시간만 지나면 가능하다.


자유를 위해 꿈을 꾸었던 3가지는 이제 어느 정도 가능한 것 같다. 시간이 좀 흘렀지만, 이제 또 다른 꿈을 목표로 이뤄볼까 한다.


S#5. 스페인어, 골프/ 2030년


영어는 이제 막힘없이 사용하는 게 가능해져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외향적인 면만 보면 나를 중국인이나 일본인일 거라 생각하는데 영어와 스페니쉬를 사용하면 놀라기도 한다. 다음 달에는 스페인에서 개최되는 주얼리 박람회에 초대되어 준비하고 있다.


새로 시작한 운동은 골프다. 운동도 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 꾸준히 필드에 나가고 있다. 처음 배울 때는 자세 잡는 게 어려웠지만 반복된 연습을 통해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가을에는 미국의 파인밸리가 예약되어 있다.



난 어려서부터 이런 상상을 자주 했다. 어디 한 군데 적어두었다면 그 꿈을 이뤘는지 지금과 비교해보고 싶지만 기억나지 않아 조금 아쉽다. 2030년에는 저 상상에 얼마나 다가갔을지 앞으로의 내 인생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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