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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May 04. 2024

40대가 20대, 60대에게 쓰는 편지

이 순간의 시절이 가장 예쁘다는 것.


S#1. 오클랜드/ 2월 어느 날


To. 40대가 20대에게.


나는 요 며칠 회사에 입사한 다른 직원들을 만났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했다고 말하는 너희들이었지.


외모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얼굴에 긴 머리, 방긋방긋 웃는 미소, 재치와 유머까지. 그냥 어린 너희들이 한없이 예쁘고, 귀여웠어.


업무에서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것들은 엄마(?)의 마음으로 자세히 가르쳐주고 싶었고, 작은 실수정도는 ‘괜찮다. 그래도 잘했다.’ 말해주고 싶었단다.


운동하고 와서 다리가 아프다는 투정도 운동 열심히 하는 것 같아 기특했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풀타임으로 이직하는 너희의 인생 마음껏 펼치라며 응원하게 되더라. 남자친구와 손잡고 매장 앞을 지나가다 슬며시 손을 놓는 모습도 마냥 귀여웠어.


그게 너희야. 지금 너희는 잘 모르겠지만 그 시절은 존재만으로도 한없이 반짝거리고 사랑스럽단다. 대학을 졸업한 후라 뭘 해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어.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을 거고, 친구들보다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


그런데 인생은 길고, 시작하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단다. 조금 늦게 시작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아. 그런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원하는 길로 선택할 수 있잖아. 나는 정말 어려웠지만 중요한 것,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으면 자신에게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을 거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지라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꼰대 같아 보일지라도 그냥 그 시절을 살고 있는 너희가 예쁘고, 좋다고 수줍게 고백해 볼게.



S#2.  오클랜드/ 5월 어느 날


그날따라 한국, 외국 손님들에게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던 날. 트루먼쇼인 것처럼.


To. 40대가 50-60대 분들께.


내가 20대를 보며 느끼는 감정을 당신들도 느끼고 계신 거겠죠. 저는 아직 그 나이대를 살아보지 않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당신들의 눈빛과 미소에서 봄날의 햇살 같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요. 그냥 스쳐 지나가며 눈인사를 나누는 순간일지라도.


한 번쯤은 '젊고, 예쁘다.' 생각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데 굳이 다가와 인사도 해주시고, '예뻐서 매장에 들어왔다.' 식으로 말해주면 또 그 용기와 칭찬에 어쩔 줄 모르는 감사함을 느낀답니다.


나와 같은 나이대를 지나왔기에 아이 키우면서 일하는 것도 아실 테고, 그에 따른 고충도 알고 계실 테죠. ‘일은 힘들지 않냐. 아이들 아프면 일은 어쩌냐. 서서 일하는데 다리 아프지는 않냐. 가족들은 보고 싶지 않냐.’라는 소소한 한마디 인사에도 따뜻한 정을 느낍니다.


당신들의 말에는 가르침보다는 지혜가 가득 담겨있고, 사랑이 묻어 있답니다. ‘이런 건 젊은 애들이 해야 예쁘지.’라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주름보다 빛나는 인자의 미소와 연륜으로 쌓아 올려진 우아함이라는 아름다움이 어쩌면 젊은 친구들보다 멋지고, 가슴을 울릴 때가 있어요.


당신들이 친구처럼, 딸처럼 챙겨주시는 것처럼 저도 친구처럼, 엄마처럼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오릅니다. 그 다정함을 가슴속 주머니에 고이 넣어두었다가 힘들고 지칠 때 꺼내서 힘을 내기도 한답니다.


인종을 넘어 내 시절을 예뻐해 주는, 따스한 당신들이 곁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는 이 순간의 시절이 아마도 가장 아름답나 봅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더 아름다운 하루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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