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더 많이 버나, 많이 쓰나.
한국에서 살 땐 맞벌이였고, 신용 카드도 있고, 보험도 있고, 있을 것은 다 있는데 두려울게 뭐가 있었겠느냐마는!
해외로 이민을 오고 나니 아무것도 없네?! 정착비용을 부족하게 들고 온 것도 아니고, 돈을 여유롭게 펑펑 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해외 이주라는 게 정말 두 번은 못할 일이다.
지금부터 성인 2명과 초등학생 2명을 포함한 우리 집 4인 가족의 생활비를 적어볼까 한다.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가계내역이기 때문에 뉴질랜드 평균 생활비로 인식하지 않길 바란다.
[집 렌트비]
뉴질랜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 대출금이나 렌트비에 가장 큰 지출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봤다.)
뉴질랜드에는 가든을 포함한 하우스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한국과 달리 보통 평수가 작음), 방만 빌리는 플렛 등 다양한 주거 시스템이 있다. 그중에서 아이들이 있는 4인 기준에서는 보통 하우스에서 산다. 이 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주거형태이거니와 생활 조건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부동산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끊임없이 오르다가 COVID-19 이 끝날 무렵부터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현재 NZ$ 1 million 이상) 집 값은 떨어졌어도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집을 사지 못하는 사람들은 집을 렌트해서 살고 있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달리 월세 개념은 없고 매주 렌트 비용을 낸다. 4인 기준으로 방 3개, 화장실 1~2개를 평균으로 잡았을 때 보통 NZ$700/주(한화 약 200만 원/월) 이상이다. (지역, 위치, 학군 등에 따라 렌트값은 천차만별)
[식비]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 주부들은 다 비슷할 듯싶은데, 이 나라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과 한국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장을 보러 나가면 보통 2~3곳의 마트를 가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이 나라 마트에서 보통 빵, 우유, 계란 등의 유제품을 비롯한 생활용품을 사는데 약 NZ$180/주(한화 약 60만 원/월)를 사용한다. 그리고 한국마트에서 한국 조미료를 비롯해 음식 재료를 NZ$100/주(한화 약 30만 원/월) 정도 사용한다. 야채값이 너무 비쌀 때는 중국마트를 이용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코스트코에서 생활용품을 대량구입하기도 한다.
외식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하는데 그 이유는 먹고 싶은 게 많이 없다. 뉴질랜드 대표 음식이 피시 앤 칩스, 양고기 정도라니, 이 정도면 설명 다 한 거 아닐까? 한국에 살 때는 피자, 스테이크 등을 먹으면 좋았는데, 이곳에서 자주 접하다 보니 김치찌개, 순댓국이 더 특별하고 맛있다. 카페나 레스토랑은 보통 디쉬 하나당 NZ$25~30 정도이다.
[교육비]
교육비도 각 가정마다 천차만별이다. 아직 아이들이 Primary(초등학교)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교 수업만 시키는 부모들이 있는 반면, 체육이나 음악 같은 예체능만 시키는 부모도 있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중국, 한국, 인도 아이들이 영어, 수학, 과학과 같이 학업에 연관된 수업에 많이 참여하는 것 같다. 우리 집 같은 경우는 고학년인 첫째가 미술, 짐네스틱, 영어, 수학을 하고 있고, 저학년인 둘째는 수영 하나만 하고 있다.
그런데 나에게 왜 그렇게 교육비를 많이 쓰냐고 하는 엄마가 있었고, 더 시키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하는 엄마도 있었다. 정말 엄마가 기준을 잘 잡고 가야 하는 것 같다. 우리 집 평균은 NZ$150/주(한화 약 50만 원/월)
[차량 유지비]
7월 1일 자로 기름값이 또 올랐다. 예전에는 쿠폰이나 영수증에 나오는 주유할인권을 미련 없이 버렸는데 지금은 겸손한 마음으로 모아서 감사히 사용하고 있다. 내가 타고 다니는 차는 패밀리카로, 차는 크지만 연비가 좋지 않다. 보통 집 부근에서 아이들 라이딩만 하고, 남편이 퇴근하면 하이브리드 차를 이용해 다니고는 한다.
기름값 외에도 WOF(Warrant of Fitness), REGO(Vehicle licence) 등 1년에 한 번 차량 유지비가 들어간다.
[그 외 생활비]
각 종 물세, 전기세 등의 관리비는 평균 NZ$100/주(한화 약 30만 원/월) 정도 들어가고, 의복비나 행사비 포함하면 +a가 된다.
* 병원비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비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보통 아이들의 경우는 무료이고, 나는 영주권 취득 후 진료비가 NZ$20~50 정도로 줄었다.
환율 계산을 해보면 약 400만 원/월 정도의 생활비가 들어간다. 내가 한국에서 살았다면 지금쯤 얼마 정도를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느 나라에 살던, 무엇을 하던, 내 기준의 가치를 따져가며 지출하고 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내 월급이 내 통장을 스쳐 지나갈지라도, 여윳돈을 모아가며 종자금을 만들고 있을지라도, 그런 고민이나 걱정 없이 살고 있을지라도.
우리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