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매장에서 다시 시작
한국에서 돌아와 보니 내가 서있던 기존 몰 자리에는 멋진 대형차가 전시됐고, 나는 새로운 매장으로 출근했다.
새로운 곳은,
V. 기존 몰보다 연장 영업하는 곳이라 근무 시간이 1시간 늘어났다.
V. 출퇴근 이동시간이 20분 정도 늘어났다.
V. 주차비(직원 주차장)가 추가됐다.
*** 경험 투자 ***
특별한 장점이 없는데 왜 그곳으로 옮겼는지 물으신다면, ‘경험’에 투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클랜드에서 가장 큰, 그러니까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쇼핑몰.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다양한 브랜드가 자리 잡은 그곳에서 키위들과 뒤섞여 일해보고 싶었다. 이 나라에는 어떤 샵들이 있고, 어떤 직원들이 있고, 그들은 어떻게 고객을 응대하는지 보고 싶었다.
또한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일한 경력은 어딜 가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다양성을 경험했다는 뜻이니 말이다.
매장에 들어서자 낯선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긴장감인지, 아침이라 쌀쌀한 건지 모를 기운이었다. 똑같이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주변의 샵과 직원들도 모두 다 낯설었다.
첫날은 주말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몰을 찾았고, 주얼리를 구매했다. 기존 몰에서 나오던 하루 매출이 그곳에서는 오전에 넘어서고 있었다.
Thank you.
Have a good day!
매장 밖으로 나서는 고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활력 넘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사람도 많고, 매출도 좋고, 너무 신나잖아?!’
바쁜 분위기에 가득 찬 에너지가 좋았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높은 매출이 계속 됐다.
*** 매출과 직원 노력의 상관관계 ***
어느 날 저녁,
지난 며칠을 되돌아보니 어쩌면 ‘매장의 매출은 직원의 능력이 전부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직원이 잘하면 매출에 도움은 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큰 차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매출의 80% 이상이 직원의 능력이라고 생각했고,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존 몰에서는 ‘노력량’과 ‘매출양’이 비례했지만, 이곳에서는 그것이 상관없음을 경험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내가 바쁜 나머지 한 명, 한 명의 고객을 응대하지 못해도 매출이 잘 나오는 것이다.
가만히 보니 매장의 위치와 분위기, 제품 디자인, 퀄리티, 직원의 서비스, 직원들 간에 팀워크, 시장 경제상황, 운 등 다양한 조건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때 매출이 잘 나오는 것이다. 이 중 한두 가지가 조금 틀어지면 톱니바퀴는 삐꺽이면서도 돌아가겠지만 하나라도 빠지면 고장이 나거나 멈춘다,
조금은 허탈한, 조금은 차분한 마음이 생겼다. 물론 영어공부와 노력은 계속하겠지만 지금처럼 매출에 대한 과한 걱정과 긴장은 살짝 내려놔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변화일까? 경력이 쌓이면서 느껴지는 여유일까? 마음이 편안해지면 오히려 몸에 힘을 빼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를 낼지도 모르겠다.
이 매장에서의 앞 날이 기대된다.
기존 몰에서 쌓았던 경험들, 영어 실력 위에 추가할만한 소스들을 여기서 적용하면 더 잘될까? 얼마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들이 벌어질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벌어지든 다양한 경험을 다져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리길 오늘도 힘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