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Oct 26. 2024

새로운 문화 익힘

정말 이렇다고?!


나는 한국에서 자랐다.


성인이, 아주 성인이 된 후에 아이들을 안고 이곳으로 왔다. 그래서 이곳 문화에 대해 겉투리만 봤을 뿐 얼마나 깊은지에 대한 깊이감은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하루하루 일 하면서 이 나라 문화에 담금질되듯 배우고, 놀라고, 배우고, 놀라며 조금씩 적응해 가는 중이다.



새로운 문화



Episode 1. 웨딩 주얼리


한국에서는 결혼 예물이라고 하면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골드, 플레티넘 등의 파인 주얼리를 구입하고, 다이아몬드, 진주 등의 보석을 세팅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일할 때 결혼 예물은 특히나 신경 썼던 기억이 난다.


한 여성고객이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보통 훑어보고 나가던지, 궁금한 점을 묻는데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오래 서있다.


“혹시 특별히 찾는 제품이 있으신가요?”라는 물음에

“결혼식날 착용할 귀걸이를 찾고 있어요.” 답했다.


‘결혼식?! 결혼식에서 착용할 귀걸이를 액세서리 샵 세일코너에서 찾는다고?‘, ‘이곳 결혼식에서는 어떤 주얼리를 착용하지…?’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Episode 2. Ball Party(학교 볼 파티)


고등학생쯤 되는 딸과 엄마가 들어왔다가 제품을 둘러보고 나갔다. 한 시간쯤 뒤에 다시 들어와 제품을 살펴본다.


“어떤 제품을 찾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에

“학교 볼 파티에 착용할 주얼리를 찾는 중인데 노란색 드레스를 입을 거예요.”


‘볼… 파티? 노란색... 드.. 레스?’



Episode 3. 핼로윈


나는 평생 핼러윈에 큰 의미를 둔 적이 없다.


하루는 한 고객이 다가와 사진을 내민다.

“핼러윈이라서 이런 헤드밴드 찾고 있는데, 혹시 있나요?”


손에 내민 핸드폰에는 골드 컬러에 커다랗고 긴 스틱이 여러 개 달린 헤드밴드가 있다. 내 눈에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왕관을 표현한 디자인 같다.


‘핼러윈… 여신… 헤드밴드…?‘



문화 익힘


다양한 에피소드를 경험하면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내 기준에서의 적절한 응대를 했다. 하지만 문화를 모르고서는 과연 상대에게도 적절한 응대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직원에게 찾아가 물었다.

”나는 이곳에서 졸업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도대체 볼 파티에 어떤 옷과 주얼리를 착용하며 뭘 하는 거예요? “


그녀는 나의 질문이 재미있는 듯 웃으며 설명해 줬다.

“학교마다 홀이나 외부의 장소를 빌려 행사를 해요. 남학생들은 정장을 입고, 여학생들은 드레스에 주얼리, 메이크업을 하고 모이는데 그날 춤도 추고, 사진도 찍으며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일종의 졸업파티 같은 행사예요.”


"그럼 무슨 주얼리를 추천해 줘야 돼요?"


"먼저 드레스 색과 헤어 스타일을 물어보고 그것에 맞춰 추천해 주면 돼요. 보통 드레스나 헤어가 화려하면 주얼리는 심플하게, 아니면 귀걸이나 목걸이 하나에 포인트로!"


’아~ 이제야 어떤 느낌인지 알겠는데? 이거 재미있다! 첫 파티에 가는 동생 옷 골라주듯 주얼리 추천해 주면 되는 거잖아?!‘


그날 이후로, 특별한 이벤트의 주얼리를 찾는 고객에게 어떤 컬러의 드레스를 입는지, 헤어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묻고 그것에 알맞은 제품을 추천해 주었다. 내가 추천해 준 제품을 고객이 구매할 때는 얼마나 뿌듯한 기분이 드는지 모른다.




나는 이곳의 다양한 문화를 배우며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겠다, 한국에서 오래 살아 한국 문화에 고착되어 버린 내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다’는 새로운 깨달음을 알게 됐다. 내 생각을 한 템포 내려놓고 나니 고객의 말에 한번 더 귀 기울이게 되고, 고객의 선택을 믿고 존중해 주게 됐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본인 의사에 따른 결정.

이곳의 분위기와 문화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여러 번 반복되면서 서서히 익숙해져 가고 있다. 이제는 그들의 요구에 한층 더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추천해 줄 수 있게 됐다.


전 세계 무슨 언어를 쓰든, 무슨 문화를 가졌든 그들은 유행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고, 나는 그들의 자유에 행복이 얹어지길 노력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