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신나! 개신나!

행복의 찰나, 신이 난 개들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뉴질랜드에는 개를 키우는 집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큰 개가 많다. 그들 중 대부분은 항상 신이 나있다. 아마도 밖에 나와서 그런 거겠지만 말이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한 번도 개를 키워본 적이 없다.

초등학생시절, 강아지가 너무나 갖고 싶었다. 아니, 강아지가 안되면 고양이라도, 아니, 고양이가 안되면 토끼라도! 제발 뭐라도 키우고 싶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동물을 좋아했고, 동생(?)처럼 데리고 놀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키울 수 없었다. 같이 살고 있는 언니라는 존재가 사람을 제외하고 살아있는 것은 다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엄마가 밖에서 떨고 있는 병아리 한 마리를 레인코트 주머니 안에 넣어 주워오셨다. 그 병아리가 우리 집에 온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선물 같은 존재는 나를 호들갑 떨게 만들었고, 집에 있는 모든 도구를 이용해 집과 물병을 후다닥 만들었다. '나도 이제 동물 있어! 병아리 있어!'


갑작스럽게 온 행복은 갑작스럽게 떠난다고 하던가. 단 하루, 병아리 때문에 방에 들어오지 못하는 언니 때문에 하루 만에 이별을 했다. 엄마는 나의 슬픔을 달래주고자 거북이 한 마리를 사주셨다. 책상 위, 작은 어항 안에서만 살던 거북이는 나의 유일한 행복이었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거북이의 움직임이 없던 어느 날. 그날은 생에 첫 이별을 경험한 날이 됐다.


엄마,
거북이가 움직이지를 않아.
죽었나 봐......
엉엉



개들을 만나다.

그렇게 내 인생에 동물은 없는가 보다, 포기하며 살았다. 갖고 싶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뉴질랜드로 이민을 오고 어린아이들과 자주 산책을 나갔는데 그때마다 큰 개들을 마주쳤다. 골든 레트리버, 셰퍼드, 레브라도 레트리버, 시바. 하운드, 보더콜리, 비글, 웰시코기,,, 덩치가 커서 나는 그 개들이 무서웠다. 어쩌면 그 개들보다 작은 우리 아이들이 물리거나 공격당할까 봐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지금껏 그런 사고는 없었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아! 신나! 개신나!

개들의 신나 하는 모습을 보는 곳은 주로 공원과 바닷가이다. 보통은 목줄을 하고 다니지만 숲 속 산책길, 공원, 바닷가 등 넓은 공간에서는 줄을 풀어두기도 한다. 개들은 줄이 풀리면 기다렸다는 듯 달린다. 앞으로 전력질주한다. 마구 달려가다 다시 주인에게 달려온다. 귀가 펄럭이고, 꼬리가 흔들린다. 물을 만나면 그것 또한 가관이다.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물로 풍덩 뛰어든다. 시냇물에서는 온몸을 뒤집었다 제쳤다 바닥에 문질렀다 흔들다 난리가 난다. 풀로 나왔다가 또다시 첨벙! 바다도 마찬가지이다. 망설임 없이 마구 달려들어갔다가 달려 나온다. 주인이 공이라도 던지면 그 목표물을 향해 다리가 안 보일 정도로 날아다닌다.

다다다다, 첨벙첨벙, 다다다다, 첨벙첨벙!



그렇게 신이 날 땐 주인말도 잘 안 듣는다. 산책길에서 만난 개는 주인이 불러도 시냇물에서 노느라 듣지 못했다. 어쩌면 무시인지도.

"너네 개 너무 귀엽다."라는 내 인사에 "귀엽지만 말은 안 들어." 하며 짧은 숨을 내뱉는다.

'맞아. 내 개가 말 안 듣는다고 생각하면 나도 좀 답답하겠는데?.' 속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신이 나 뛰어다니는 개들을 보면 눈을 뗄 수 없다. 방청객처럼 '와~진짜 빠르다. 악! 또 뛰어들어갔어! 헉, 둘이 싸우는 거 아니야? 아이고, 저 진흙 어쩌냐. 정말 신나게 놀았네! '하는 혼잣말이 튀어나온다.



언젠가 새로운 가족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며 뛰어다니는 개들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다. 진흙 범벅이 돼서 주인 뒤를 졸졸 따라가는 모습이 귀엽다.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면 만질 수 있게도 해주고, 이름을 알려주기도 한다. 신이 난 개들이 지나간 뒤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있다. 그리고 상상해 본다. '이제는 나도 한번 키워볼까?!' 하지만 한국과 달리 사는 것부터, 등록, 보험, 병원비까지 사람 한 명 키우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니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SPCA(동물학대방지협회)라는 단체를 통한 임시보호나 봉사 같은 일을 찾아볼까 한다. 서서히 서서히 한 발씩 들여놓다 보면 언젠가 나에게도 신나 하는 개가 생기겠지!


행복하게 뛰어노는 개들을 보며 오늘도 행복의 찰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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