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찰나, 새로움
"오늘 화장했네?! 어디 다녀왔어?" 남편이 물었다.
"아니, 나 요즘 우울한데? 좋아 보여?"
몰랐다.
내가 우울하면 옷을 좀 더 예쁘게 차려입고, 화장을 좀 더 진하게 한다는 사실을.
순간순간 행복의 찰나를 찾지만 인생에서의 나의 꿈과 목표에 다가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만 맴도는 느낌이 들 때면 깊은 한숨이 나오고는 했다. 행복과 우울의 교차. 원래 인생이란 게 그렇다지만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럼 새롭게 바꿔볼까?
뭐. 어때. 죽기야 하겠어?
완벽주의와 조심성을 가지고 있던 나는 마음에 안 드는 결과가 두려워 시도조차 안 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 나를 스스로 인식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바꿔보는 중이다. 새로운 행동과 새로운 기분에서 느껴지는 행복의 찰나가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시도 중에 가장 효과 좋은 변신 주문은 '뭐. 어때.'였다.
길었던 머리를 자르다
길어서 예뻤지만, 한편으로는 지저분해 보이던 머리를 다듬기 위해 미용실로 향했다. 디자이너분과 상담한 끝에 짧은 단발로 결정했다. 사실 3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짧은 머리는 나이 들어 보이는 것 같아 머뭇거렸다. 하지만 남들에게 보이는 시선보다 새로움을 느끼는 내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어려울 게 있을까.
‘새롭게 해 보지 뭐.’
귀 밑 3cm. 펌으로 끝이 말아버리니 숨겨졌던 턱 살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난다.
'뭐 어때. 새로우니까 좋네!'
가족들은 내 머리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지인들에게 머리 예쁘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못 들었지만, 그냥 예쁜 척, 잘 어울리는 척, 그렇게 지내기로 했다.
화려한 색상의 잠옷을 사다
음식을 사러 간 코스트코에서 이상하게도 잠 옷이 눈에 띄었다. 가을의 끝자락인 이곳에서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좋은 두께감과 부드러운 질감의 잠옷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만 문제는!
어두운 청록색 VS 무지개 색동
내 인생에 비비드컬러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옷, 신발, 가방 등 모든 것이 다 베이지 색, 남색, 검은색, 흰색의 무채색 계열이다. 포인트라고 해봐야 연한 파스텔 톤이 전부다. 평소 같으면 고민 없이 어두운 청록색을 담았을 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위아래 세트의
무. 지. 개. 색. 동. 잠. 옷. 한 벌(feat. 치타)을 골랐다.
잠옷을 입고, 거울을 봤다. 너무 어색했다. 내 돌잔치 사진과 흡사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웃음이 터졌다. 퍼스널컬러를 완벽하게 무시한 변신이었다.
'뭐 어때. 부드러우니까 됐어! 아. 행복해-"
관심 없던 베이킹을 하다
요리에는 관심이 없다. 아무리 잘해보려고 해도 맛있는 맛이 잘 안 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한식도 잘하기 힘든데 베이킹을? 내가? 굳이? ‘ 생각하며 살아왔다.
요 며칠 치즈 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은데 이벤트도 없이 비싼 케이크 한 판을 사 먹기 부담스러워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주방은 초토화가 됐고, 시간은 오래 걸렸고, 체력이 소진됐다. 오븐 앞에서 구워지는 케이크를 바라보며 '아. 이래서 다들 사 먹는 거구나.' 현실적인 부분을 한번 짚었다.
냉장고에서 차가워진 케이크는 뭐가 문제였는지 푸석푸석했지만 그럴듯한 맛이 났다.
'뭐. 어때. 커피랑 먹으니까 너무 맛있는데. 혼자 반 판은 먹을 수 있어! 행복해-‘
나에게 '뭐. 어때'는 참 신기한 주문이다.
머뭇거려질 때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말이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긴장되는 마음이 조금은 더 편안해지고,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나처럼 소극적인 사람이 인생을 더 다양하게 살아볼 수 있는 마법의 주문.
이 주문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그냥 새로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새로운 감각으로 더 많은 행복의 찰나와 내 꿈을 찾아가는 것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의식 중에 살아온 패턴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의식하고, 바꿔보려는 시도의 첫걸음. 새로움과 더불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시각, 만나지 못했던 기회를 접할 수 있는 교차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뭐, 어때'라는 단어를 사용해 새로운 행복 바이브로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 이 마법 주문을 쓸 때 주의사항!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점! 본인 자신에게만 사용이 가능하다.
규칙과 규범을 어기면서 '아무도 모를 텐데. 뭐 어때' 이런 식은 절대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