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시간을 멈춰서 미.. 미안해요. 모두.
모든 부모들처럼 나도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고 싶었다.
뉴질랜드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한국처럼 다채로운 선택지는 없었다. 동네 커뮤니티 센터, 교회, 도서관 등이 마련한 작은 체험 활동들이 전부였다.
그중에서 Mainly Music이라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고, 그 수업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날짜를 확인하고 수업이 있는 날, 아이와 함께 집 앞 교회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낯선 공기와 낯선 얼굴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작은 시도.
어쩌면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아이와 나에게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는 열쇠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용기 내어 안으로 들어갔다.
자칫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프로그램 주제가 Music인 만큼 스피커에서 어린이 동요들이 흘러나왔고, 긴장되어 단단해져 있던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다. 모두들 자유롭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혹은 음악을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는 등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엄마들과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아이의 몸 흔드는 모습에 웃음이 터지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즐거운 시간이 무르익을 때쯤 모두가 자연스럽게 손을 이어 잡아 홀 가운데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한쪽으로 돌기도, 반대쪽으로 돌기도, 때로는 원을 좁히기도, 크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아이는 그 원에 들어가지 않고 낯선 홀을 둘러보기라도 하듯 아장아장 걸어 다녔다. 그리고 나는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고 아이 뒤를 따라다녔다.
'어, 어엇! 안.... 안.. 돼!!!'
아이 손을 멈추려던 내 손이 한 발짝 늦었고, 스피커 선은 힘없이 뽑혀 바닥에 떨어졌다.
‘하!’
한숨의 박자보다도 빠르게, 바닥에 떨어진 스피커 선을 눈으로 좇아 들어 다시 끼워 넣었다.
'내가 이렇게 행동이 빠른 사람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재빠르게 동작을 연결시켰다.
딩동 딩동~딩동~
'휴- 됐다.'
멈췄던 음악이 다시 흘러나오고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들었을 때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됐다.
"I........ I'M... S... SORRY.........."
그 순간 떠오른 단어는 대문자 SORRY, 단 하나였다.
모두들 아이 엄마, 아빠들로서 아이의 실수를 귀엽게 웃어 넘겨주었지만, 나는 온몸이 얼음으로 얼어붙는 순간이었다. 즐거운 음악시간을 보낸 아이는 집에 오는 길에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다.
아이가 생기고 난 후부터는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외국으로 나온 후부터는 상상 밖의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외국스타일이라며 외국에 나가서도 잘 살 꺼라 했던 말은 '외국에서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자의 헛된 발언'이었음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통해 혼자서는 겪어보지 않았을, 한국에서라면 겪어보지 않았을 경험들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쌓아가고 있었다. 분명 경험이라는 것은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값비싼 보석인 것을, 나를 조금 더 자라게 해 줄 보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더 많이 SORRY 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얼굴이 붉어지고, 이불 킥하는 순간도 더 많아질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게 바로 외국스타일이 되어가는 것이니까. 그게 바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니까.
삶은 우리에게 늘 뜻밖의 순간을 주고, 우리는 그 속에서 조금 더 단단한, 반짝이는 보석이 되어간다. 어제도, 오늘도.
해외생활 Tip! 전 세계 어디든 아이의 실수는 용서가 됩니다! 그러니 귀엽게 웃어넘겨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