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Nov 07. 2023

코비드가 가져다준 긴 이별

4년 만에 만남과 이별 1. 만남 편


2018년 10월.

해외 이사를 마치고, 산후 우울증과 향수병이 겹치면서 몸이 많이 아팠다. 그렇게 의료 핑계 반, 가고 싶은 마음 반으로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에 매년 가족들 보러 가야지.

라는 계획이 무색하게도 2019년에 Covid-19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로 퍼졌다. 특히 뉴질랜드는 국가 자체적으로 격리에 들어가며 입. 출국조차 중단했던 시기가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걱정됐지만 시간이 흐르고, 점차 일상생활이 가능해질 때쯤에는 한국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전 세계가 전염병으로 인한 입. 출국 문제로 속을 태우고 있었으니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살 수 없는 일.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드디어 도착했다.


2022년 7월.


인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렸다. 눈앞으로 비행을 준비하는 비행기들이 보이고, 여름의 향기가 온몸에 느껴졌다. 반갑고도 익숙한 느낌이라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괜찮았는데... 정말 아무렇지 않았는데... 한국에 도착하고 나니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차오르며 울컥했다.


쳇, 이렇게 금방 올 수 있는걸,
이게 뭐라고 그동안 못 왔어.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그리움이 저 깊은 곳에서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Covid-19으로 까다로워진 입국심사를 마치고, 아이들 손잡고, 많은 짐을 챙겨서 입국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멀리서 한껏 웃으며 손을 번쩍 들어 흔드는 엄마와 언니의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눌러 담아두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그리움, 아쉬움 등이 혹여 새어 나오지는 않을까, 넘쳐흐르지는 않을까 꾹꾹 눌러 잠그고, 열어보지 않았던 마음속 깊은 곳의 판도라의 상자가 넘쳐 눈물로 와르르 터져 나왔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어깨까지 들썩이며 주르륵주르륵 흐르는 눈물에 남편은 당황했고, 엄마와 언니는 말없이 안아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공항에 서서 울었다. 울면서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던 그 말.


이게 뭐라고,
한국 오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코비드가 뭐라고,
가족들 만나기가 이렇게 어려웠을까


한참이 지나 겨우 진정하고, 엄마와 나는 나란히 손을 잡고 공항을 나왔다. 만나자마자 울음부터 터트린 내 모습에 엄마의 마음이 속상하지는 않으셨는지, 혹여 혼자 눈물짓지는 않으셨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지내는 길지 않은 그 시간 동안 엄마와 언니와 함께해서 행복했고, 편안했고, 소중했다.


'이별 마주하기'라는 글을 쓰다 보니 매 글마다 울었다는 내용이 들어가네요. 어려서부터 눈물은 많았습니다. 점점 크면서 잦아들긴 했는데, 가족 앞에서는 유난히 감정을 숨길 수가 없네요. 아마도 숨길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나 봅니다. 혹여 공항에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고 있는 사람을 본다면 저 일 수도 있어요. 그냥 많은 감정을 말이 아닌 눈물로 표현하는 중이니 모른척해주시고, 라이킷, 구독으로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와이에서의 이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