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 샛강다리
내가 머물렀던 곳, 머물렀던 시간, 오랜 시간 살았던 동네 '신길동'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신길역 뒤편으로 '샛강다리'가 있다. 밤을 좋아하는 나에게 샛강다리는 매일이고 찾아가고 싶은 고향과도 같은 장소였다. 힘든 날, 즐거운 날, 눈 오는 날도 나는 샛강다리를 찾았다. 그리고 이곳 샛강다리에서 바라보던 세상의 풍경들을 카메라를 통해서 바라보고, 사진이라는 프레임 속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저 오랜 시간 머물면서, 흘러가는 차량들의 불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온이 찾아왔던 시간 속의 내가 그립기도 한 밤이다. 누군가는 늦은 밤의 빛들을 공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빛의 의미는 또 다르게 다가온다. 나에게는 찬란한 빛들로 나의 마음까지도 밝혀주던 빛들이다.
샛강다리를 건너게 되면, 여의도에 접어들게 된다. 그저 멀리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여의도의 빌딩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무슨 생각들을 했던 것일까. 그리고 나는 이 공간들을 찍으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다시금 그때의 기분을 떠올려 보려고 하니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여전히 야경을 좋아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자기가 생활하는 거주공간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에 늘 가는 곳은 정해져 있고, 조금 멀리 떠나는 것은 '여행'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저, 이곳에서의 시간이 '여행'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샛강다리를 찾는다면, 그것 또한 즐거운 여행이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 속에서 옛 사진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만의 여행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