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단서
잠깐만 보자며 조심스럽게 부르고선 머뭇거리는 상대는 말소리를 내기 전 잠깐의 순간에 몸으로 더 많은 말을 한다. 두 손을 손깍지 하고 비비며 윗입술 보다 조금 더 나온 아랫입술, 미간 사이를 조금 찌푸리고 있지만 힘이 풀린 눈을 종합하면 어떤 장르인지 눈치를 채지만, 어떤 내용일지는 모른다. 이내 “내가 괜한 말을 한 것 같아... J씨 배려해 주라고 상황 설명을 하려다가...” 그는 뒤에 이은 말에 대해 중점적으로 사과를 하고 있지만 나는 앞에 말만 들은 사람이 된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편을 하려다가 실수했다는 거다. 그가 실수했다는 내용이 무엇이어야 그에게 ‘괜찮아요’보다 ‘왜 그랬어요’가 될 수 있었을까. 내 과거 경력, 병력, 이력 무엇을 깠어야 기분이 상했을까. 내가 잠든 사이에 어디선가 나를 편들고 있는 상대에게 말이다.
오늘 내 말은 어떤 모양으로 가닿았을까. 누군가와 어색한 화해 이후 자판조차 서먹한 카톡 속 오가는 대화는 둘 다 견디고 있다는 인내였겠지. 또 어따ᅠ간 이에게는 ‘안됩니다’는 거절했는데 ‘이틀 뒤에’라는 구체적인 미룸이 상대에겐 덜 상처가 되었을까. 매일 밤 내 말이 냉소적이었거나 과장되지 않았나를 생각하는 나는 오늘 주로 쓴 거절, 미움, 견디기와 같이 울적해지는 것들에 괜히 한참 전에 소화되었을 묽은 밥에 체했나, 늘 먹던 게 오늘 처음 먹은 것 마냥 몸이 가렵게 느껴지는 이상함을 온몸으로 온 마음을 다해 느낀다.
그렇게 마음이 무거워지던 나는, 침대맡에 앉아 “J씨를 도와주려던 마음에”라던 그의 말을 끌어안는다. 그 말은, ‘오늘은 조금 버겁다’는 신호가 든 날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따뜻한 마음으로 밀고 들어온다. 그리고 알게 한다. 나 말고도 누군가 날 위해 애쓰고 있다 분명한 사실을. 가족도 친구도 아닌 존재에서도 있다는 든든함을. 그렇게 매일 알고 싶은 따뜻함으로 왔다. 난 오늘 그 마음과 나란히 누워 악몽을 꾸지 않고, 새벽에 깨지 않는 통잠을 잘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