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시선
가을은 흘러가고
가을은
석반 위 화분의 그림자가 움직여가듯
소리 없이 천천히 흘러간다
가을의 미동을 느끼려면
발 아래의 낙엽부터
머리 위 높은 하늘의 구름까지
천천히, 오래도록 바라볼 일이다
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계절은
때로는 가벼운 왈츠가 되기도 하고
혹은 우울한 샹송이 되기도 한다
길을 걸으며
발 아래에서, 머리 위 높은 곳에서
소리 없이 흘러가는 가을을 본다
어쩌면
가을은 그대로 있고
나의 발걸음이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계절은 멈추어 있는데
나 홀로 가을을 지나
겨울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