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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병권 Nov 26. 2017

덕수궁의 가을

우정 시선


덕수궁의 가을


      

덕수궁의 가을은  

일상 한가운데에 있었다   

 

덕수궁의 가을 밖으로  

헤어짐의 전설을 안고 돌담길이 흐르고  

돌담길 너머 넓은 차선은 매연으로 가득하다    


덕수궁의 가을은   

조각이 되어 넓게 펼쳐진다    


함녕전 앞 작은 연못에도  

광해군의 눈물에 젖은 석어당 뜰에도  

가슴 속까지 타 올라 한이 맺힌 중화전 처마에도    


그림과 조각을 품은 석조전 기둥에도  

커피향과 세월이 함께 흐르는 정관헌의 난간에도    


가을은 바람이 되고  

가을은 눈물이 되어 치렁치렁 걸려있었다    


덕수궁의 가을은  

눈에 띌세라 꼭꼭 숨어 있었다    


마주하는 시청의 높은 눈에 띌까  

나부끼는 깃발과 외치는 구호에 다칠까  

창살을 두른 경찰 버스의 거친 지붕에 부딪칠까  


심지어, 돌담길을 걷는 수줍은 연인들의 손길마저 두려워  

그렇게 11월 한 가운데에 꼭꼭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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