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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병권 Feb 17. 2018

병상에서의 상념

우정 시선


병상에서의 상념     


다가오는 병을 맞이하느라  

병상에 누우면  

일상의 번거로움은 잊혀져 가고  

지나간 날들의 생채기가 다시 도진다    


쓸쓸히 떠나간 이의 뒷모습과  

사랑하는 이들이 겪은 아픔이 가슴을 누르고  

이렇듯 눈을 감고  

살아온 긴 여정을 되돌아 보면  

몸이 아픈 건지 마음이 아픈 건지 혼미해진다    


창 밖에는 봄비가 오듯이  

눈이 녹아 흐르는 소리가 들려 오고  

곁자리에는 아지랑이라도 피어 오르는 듯  

막연한 따스함에 손길을 더듬어 본다  

  

언제나 텅 빈 그 자리는  

딛고 올라갈 층계참으로 채워졌고  

이제는 그 길을  

내려가야 할 때인가 보다    


잘 딛고 올라간 발걸음이  

잘 딛고 내려올 수 있을까    


더 올라가지 못한 길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   

이제는 그 길을 돌아오며   

서둘러 오르느라 미처 머물지 못하였던  

작고 어두운 곳을 돌아보아야겠다    


그 곳에는  

미처 찾지 못한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고  

혹은 지고 살아온 크고 작은 등짐들을   

내려 놓을 작은 여유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곳에서  

쓸쓸히 떠나간 이와 마주할 수도 있을 것이고  

행여나 내 사랑하는 이들이 겪은 아픔을  

내 아픔과 함께 다독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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