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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병권 Jun 04. 2018

이별앞에서

우정 시선


이별 앞에서      



제생병원 807호실에서  

당신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열흘이 채 안 남았다기에  

가슴은 뛰고, 눈물은 하염없이 흐릅니다마는  

여윈 모습의 당신은, 어린애처럼 잠만 잘도 잡니다. 그려    


꿈 속에서  

가야 할 길을 둘러보고 있으신지요.  

지나 온 길을 돌아보고 있으신지요.    


나도 눈을 감고  

꿈을 꾸는 듯, 생각을 하는 듯  

우리가 지나 온 길을 돌아봅니다.   

 

선생과 제자라는 연으로 만나  

오순도순 25년을 걸어왔습니다. 그려    


내 첫사랑의 생일에, 화려한 파티를 마련한 이도  

내 연구를 위해, 전자현미경을 밤새워 수리한 이도  

내 취업을 위해, 표구를 들고 민실장을 찾아간 이도    


나를 믿고, 공부 잘하는 제자들을 기꺼이 위탁한 이도  

나를 아끼어, 곁으로 불러 후배들을 지도하라 한 이도  

내가 자랑스러워, 가슴의 훈장처럼 과시하고 싶어한 이도    

지금 꿈을 꾸는 듯, 흔들리고 있는 당신입니다. 그려    


당신은 편히 잠을 자는데, 내 가슴은 왜 이리 미어지는지요.  

일 미터도 채 안 되는 당신과 나의 거리가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지요.  

흰색 정물들에 안개가 서린 것도 아닌데 내 시야는 왜 이리 흐려지는지요.

   

행여 잠이 깨일까 두려워  

행여 눈물을 보일까 두려워  

상념만 가득한 채 병실 문을 뒤로 합니다.    


지난 해 7월, 소중한 이를 보냈습니다.  

올해 7월은 또 다른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거리를 걷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보내며,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며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몰라, 홀연히 멈추어섭니다.  

언제나, 사랑하는 이들은 떠나는데, 당신은 저만큼 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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