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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 Mar 09. 2024

[조각글] 봄날에 산보 가듯이

시 #31


입은 옷매무새 정갈히 하고

머리 단정하게 빗어 넘긴 뒤

새 신 신고

오랜만에 바깥공기 마시러 나간 날

 

부는 바람에

손목과 소매 사이가 바람길 되니

내 몸 두른 핏줄에도

청량한 공기 퍼지는다

 

왜 우리는 원하는 곳에 가지 못하는가?

 

홀로 가면 위험하다

엄히 회초리만 드는

몸집만 큰 작은 겁쟁이 마음 때문일 테지

 

왜 우리는 원하는 곳에 가지 못하는가?

 

목적 없이 세상 밖 누비는 일

한심하다 손가락질하는

지극히

효율적인

세상 굴레 때문일 테지

 

산책길은 오늘도

오늘의 길

내비치는다

 

거뭇한 환상과 뿌연 망상을 게워내는 일은

하얗게 걷는 내 발 모양새에 달렸으니

 

설레는 바람은

온몸에 타고 흐르는다



움직이는 화랑 <비껴서기> 운영 |

코스미안뉴스 인문 칼럼니스트

브런치 작가

bkksg.com

bkksg.studio@gmail.com

_이로 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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