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31
입은 옷매무새 정갈히 하고
머리 단정하게 빗어 넘긴 뒤
새 신 신고
오랜만에 바깥공기 마시러 나간 날
부는 바람에
손목과 소매 사이가 바람길 되니
내 몸 두른 핏줄에도
청량한 공기 퍼지는다
왜 우리는 원하는 곳에 가지 못하는가?
홀로 가면 위험하다
엄히 회초리만 드는
몸집만 큰 작은 겁쟁이 마음 때문일 테지
왜 우리는 원하는 곳에 가지 못하는가?
목적 없이 세상 밖 누비는 일
한심하다 손가락질하는
지극히
효율적인
세상 굴레 때문일 테지
산책길은 오늘도
오늘의 길
내비치는다
거뭇한 환상과 뿌연 망상을 게워내는 일은
하얗게 걷는 내 발 모양새에 달렸으니
설레는 바람은
온몸에 타고 흐르는다
움직이는 화랑 <비껴서기> 운영 |
코스미안뉴스 인문 칼럼니스트
브런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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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이로 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