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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몽블 Jul 08. 2016

황금 레시피

옳은 답도 내게는 틀릴 수 있다.

집에서 김치를 받아왔다. 들고 오는 길에서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나는 김치를 송송 썰어 두고는 인터넷 검색창에 "김치찌개 황금 레시피"를 검색했다. 수 많은 블로그와 카페에 올라와 있는 황금 레시피들이 있었다.


그 중 나는 제일 위에 있는 것을 클릭했다. 상세한 설명 속에서 고기는 얼마나 볶아야 하는지 국물을 우려서 넣어야 맛있다는 내용과 함께 첨부된 친절한 김치찌개 사진을 보곤 바로 따라 만들기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황태머리, 무, 파뿌리, 다시마 등으로 육수를 내라고 적혀 있었다. 혼자녀의 집에는 황태머리는커녕 다시마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짜증은 났지만 완벽한 김치찌개를 위해 재료를 사러 다시 마트를 갔다. 육수재료를 산 뒤 집으로 돌아와 돼지고기, 김치, 두부, 파, 식초 한 큰 술, 고춧가루 한 큰 술도 준비했다. 준비에만 30분이 넘게 걸렸지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맛있어 보이는 김치찌개를 위해서라고 나를 다독였다.


고기를 먼저 달달 볶고 잘 익은 우리 집 김치를 볶으면서 설탕 한 큰 술을 넣었다. (설탕이 잡내를 없애 준다고 했다.) 그 후에 황태머리, 무, 파뿌리, 다시마등을 넣고 만든 육수를 부어준 뒤 두부, 파 등 아까 준비해둔 재료를 넣고 30분을 푹 끓였다. 김치찌개가 끓여지는 동안 밥솥이 칙익치익- 거리며 밥을 만들어 냈다. 그 동안 나는 주변 정리를 하고, 상을 폈다. 오랜만에 집에서 혼자 먹는 정상적인 밥상에 기뻤다.


좁아터진 원룸에 김치찌개 냄새가 풀풀-났지만 행복했다. 김치찌개가 들어있는 냄비를 들어 상으로 옮겼다. 밥솥에서 윤기가 자르르 도는 밥을 꺼내 그릇에 담았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겼고, 자리에 앉아 텔레비전을 켰다.


그렇게 기다리던 황금 레시피 김치찌개. 그 맛은 정말 신기하게도 일반 한식집에서 파는 김치찌개의 맛이 났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맛이 별로 였다. 내가 원래 먹던 김치찌개는 당면과 버섯이 들어가 있었고 걸쭉하면서 깔끔한 맛이 강했는데, 이 황금 레시피 김치찌개는 맛은 있었지만 정말 집 김치찌개라기보다는 밖에서 먹는 김치찌개의 맛이 났다.


어.. 내가 원한 게 이게 아닌데.. 황금 레시피라고 했는데.

 

아무리 일반적인 황금 레시피 라고해도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킬 순 없는것 같다. 이 사람에게 정말 맛있는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인 음식이 될수 있는 것처럼 각자가 가진 입맛이 다른 거니까.


어떻게 만들어야 제일 맛있고, 어떻게 만들어야 제일 완벽할 수 있는가를 고심하다가 검색을 통해 찾은 레시피였다. 그렇게 완벽한 김치찌개를 끓이기 위해서 애를 써서 없는 재료까지 구해서 만들었는데 그 황금 레시피 김치찌개는 영~ 내 입맛에 맞지않았다.






황금레시피처럼 요리에도 레시피가 있듯 내 삶에서도 늘 완벽한 공식이 있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공식을 찾으려 애를썼고, 일이든 사람관계에서든 내가 완벽해지길 원했다.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사람들에게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예쁘고 모든 것이 준비가 되어있는 완벽한 나이길 바랐다.


그래서 일을 시작할 때도 완벽한 계획부터 세웠고, 나의 완벽한 인간관계를 위해서 화가나더라도 참고 넘어갔다. 하지만 그 완벽한 계획을 지키려다 보니 내몸은 늘 힘들었고, 그 완벽한 인간관계를 지키려다보니 내 마음은 돌덩이로 꽉 막혀있는 듯이 답답했다.


그렇게 '완벽'이라는 성에 갇혀 일에대해서는 앞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질 못했다. 그렇게 '완벽'이라는 부담감에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애를썼다.




'음식에서도 삶속에서도 이 세상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황금 레시피는 없다.'


완벽을 기하려다가 다가온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고, 준비된 것이 없다며 시작부터 할 수 없다고 무너질 수도 있다. 아무리 완벽한 인간관계를 만들려 해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완벽을 쫒아가다가 그 완벽이라는 벽에 부딪혀 다음 단계를 넘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해서 우리는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닌듯 싶다.

김치찌개에 황태머리가 없어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처럼, 오히려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행해지지 않을까.


그저 자신의 입맛에 맞게 그렇게 내 삶을 조리해 나가는 것이 인생의 황금레시피 일지도 모른다.



 


레시피 따위.

글/사진 : 이몽블

* 내 행복은 흰 쌀밥과 당면김치찌개. 소소한 행복에 대한 글 ▶ "엄마, 내 행복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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