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소리내어 말하기를 연습하는 방법
-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 한 지 5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2015년 7월 무작정 오픈 했던 '스마트폰 사진 강의'로 프립에서만 5,100명을 가르쳤습니다. 현재 운영하는 오프라인 강의는 8월 말까지 운영하고, 언택트 시대에 적응하려 준비 중입니다. 그러한 준비의 일환으로 매주 브런치에 제 삶의 노하우를 나누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강사의 덕목이자, 알파요 오메가라 할 수 있는 '말 잘하는 방법' 입니다. 이 글에서는 입으로 소리내어 말하는 근본적인 연습 방법을 다룹니다. 그 이후 '스피치'와 '대화' 두 개의 주제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다음과 같은 분들이 읽어 보시고 그대로 따라 해 보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전화로 주문하거나,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이 너무 어렵다.
-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두렵다.
- 말을 더듬는다.
- 말을 하다가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리가 안 된다.
- 말하면서 문장을 만들고, 맺고, 끊는 것이 힘들다.
- 예상 수련 기간은 짧게는 1달, 길게는 3달 정도가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 만큼 원론적일 수도 있고,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그 '당연한 것' 조차 하지 않는다면 말을 잘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말할 내용'이며, 다른 하나는 '말소리를 내는 능력' 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평생의 경험과 최근의 관심사가 얽혀 있기에 팁을 드리기가 어렵지만, 후자의 경우는 단순 반복 연습 만으로 급격하게 능력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인생에 있어서 티핑포인트라고 부를 수 있는 순간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제가 '말을 잘 하게 된 순간'을 꼽자면 중학생 시절 국어시간 입니다. 보통 중학생때 국어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국어책을 소리내어 읽기를 시키곤 하죠. 오늘이 16일이면 16번, 그 다음은 26번 이런 식으로요. 제가 학교 다닐때도 한참 그렇게 소리 내어 읽기를 랜덤하게 시켰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제 차례가 돌아오면 그 시간이 1초라도 빨리 가기를 바라면서 후다다닥 텍스트를 읽어 나갔습니다.
- 처음에는 그저 '빨리 읽어 없애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발음이 틀리거나 혀가 꼬여도 그 부분만 다시 읽어 나가면서 주어진 분량을 빠르게 소화하는 데에 몰입했어요. 그렇게 속도를 올려서 읽다 보니, 어느덧 거의 틀리지 않게 되어 버렸고 제가 텍스트를 읽어내는 속도는 거의 아웃사이더님의 랩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국어 선생님이 제가 읽기 시작 할 때는 '방쿤아 좀 천천히 읽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 책을 소리내어 읽는 훈련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을 말할지 생각 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소리내어 발음 할 재료가 준비되어 있기에 여러분은 그저 눈 앞의 텍스트에 집중 하면서 발음하고 소리내는 것만 하면 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다구요? 직접 해보시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텍스트는 뭐든 상관 없지만, 기왕이면 내용이나 단어 사용이 어렵지 않은 글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신문이나 잡지 보다는, 문학 작품이 좋으며 번역 된 작품 보다는 한국 문학 작품이 좋습니다. 그래서 중학교/고등학교 국어 교과서가 소리내어 읽는 훈련 하는 교재로는 딱입니다.
- 제가 앞서 설명 했듯이 '말할 내용'을 채우는 것 보다는 '말소리를 내는 능력'은 기계적 반복 훈련으로 수련이 가능하기에 당장에 실행 가능한 방법부터 수행 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발음과 내 목소리에 익숙해져야, "내가 지금 말을 잘 하고 있나?"라며 스스로를 의심하는 습관을 버릴 수 있습니다. 말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양대 산맥 중, 하나는 인생의 경험이나 독서량과는 상관 없이 그저 반복적으로 책을 소리내어 읽는 연습만으로 충분히 수련이 가능합니다.
- 그러면 빨리 읽는 것과 정확하게 읽는 것 중 우선적으로 신경 쓰실 부분은 속도입니다. 보통 정확성부터 신경쓰라고 말하는 스피치 강사들이 많은데 저는 이 부분에 반대합니다. 아나운서나 쇼호스트 급으로 발음을 잘 할 필요까지는 없고, 정확함을 신경 쓰다가 순발력을 연습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틀리는건 개의치 말고 빠르게 읽어 나가는 연습부터 해 보시면 좋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틀릴 수 있고,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들은 실수를 양분 삼아 자라납니다. 빠르게 읽어 나가면서 틀리거나 실수하면, 바로 틀린 부분부터 계속 읽어나가세요. 이런 연습을 반복 하면 실수를 두려워 하지 않고, 더 나아가 발음을 하는데에 자신감까지 붙일 수 있습니다. 어느정도 소리내어 읽을 때 한 문단 정도를 틀리지 않고 원활하게 읽어 나갈 수 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 어느정도 말하는 과정 자체에 익숙해졌다면 다음 단계는 호흡과 발성입니다. 유튜브에 '복식호흡'이나 '발성'을 검색 해 보시면 다양한 강의가 나오므로 굳이 추가적인 방법이나 팁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말을 잘 하기 위해서 왜 복식호흡과 발성이 필요한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 말을 할 때 발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성량입니다. 사람의 울림통은 제각기 타고나는데, 그러한 울림통을 최대한 울릴 수 있는 방법이 복식호흡입니다. 선천적으로 목소리가 작은 분들이라고 해도 복식호흡을 통해 이야기 하면 목소리가 평소보다 두세배는 더 커지며,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면 성량을 자유자재로 조절 할 수 있어서 한결 더 리드미컬한 화법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성대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게 아니라 배에서 나오는 호흡 자체로 성대를 울리므로 훨씬 목이 편하고 목소리의 크기나 톤을 조절하는데에도 유리합니다.
- 발음이 잘 되는 상태에서 말을 빠르게, 많이 하다 보면 성대가 금방 지치게 됩니다. 그렇기에 말하기에 자신감이 붙은 분들은 반드시 복식호흡을 익히고 성량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실제로 저는 하루에 2시간짜리 강의를 세 타임 진행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날 일정을 소화 할 수 있습니다. 심할 경우에는 2주 연속 매일매일 강의가 있는데도 매일 같은 톤과 컨디션으로 강의를 할 수 있으며, 목젖이 헐어버릴 만큼 끔찍한 구내염을 겪으면서도 강의에는 지장이 없을 수준의 발성법을 익혀 두었습니다.
- 제가 복식호흡을 익히게 된 것은 생존전략이었습니다. 강사로서의 생존이 아니라, 제 목숨을 연명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저는 기흉 수술을 세 차례 받았습니다. 폐에 구멍이 나서 피와 공기가 줄줄 새는 상태가 반복 되자 호흡에 있어서 폐의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복식호흡을 일상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배가 넓어지며 폐는 자연스럽게 부풀고, 배를 쥐어 짜면서 폐는 자연스럽게 쪼그라듭니다.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하고 있고, 그러한 숨을 통해 발성하고 말하는 것이 워낙 자연스러운지라 일단 해보시라고 밖에는 말씀 드릴수가 없네요. 마이크가 없는 30명 규모의 강의장에서도 모두에게 목소리를 들려 줄 수준은 됩니다.
- 마지막 단계는 실제로 사람과 대화 해보는 겁니다. 갑자기 너무 수준이 올라간다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발음과 호흡, 발성이 갖춰진 당신은 '내 말을 상대방에게 들려주기 위한 기본 스킬'을 모두 갖춘 상태에요. 즉, 얘기하는 컨텐츠와 무관하게 당신의 모든 말은 상대방에게 오롯이 들릴 수준이 되었다는겁니다. 어차피 말이라는것은 의사소통의 수단이기 때문에, 결국 최종 단계에서는 의사소통 과정 자체에 끊임없이 참여해보는 수 밖에는 없어요.
- 친구들과 만나서 대화 하는 것도 좋고, 가족들과 대화 해 봐도 좋습니다. 평소에 말을 잘 하지 못해서 대화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면 일단은 아는 사람들과의 익숙한 자리에서부터 천천히 말을 시도 해 보세요.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면서, 함께 공유 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때 말할 거리를 생각 해 둡니다. 그 사람이 말을 다 한 다음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은근히 끼워 넣어요. 다음에 '대화 잘 하는 법'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다루겠지만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는 지켜주세요.
(1) 상대방의 말을 끊지 마세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속으로 문장을 가다듬고, 그 사람의 말이 끝나면 부드럽게 이어서 말을 합니다.
(2) 말하는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말합니다. 만약 다수의 그룹이라면 내 앞에 있는 사람과 양 옆에 있는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번갈아 가면서 눈을 마주칩니다.
(3) 아는 만큼만 말을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세요. 오히려 솔직해질 수록 당신의 이야기에는 신뢰감이 쌓이고, 내가 모르는 것을 설명하는 상대방의 기분도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 중요한 순서대로 언급을 했으며, 특히 상대방의 말은 가급적 끊지 마세요. 무례하고 기분 나쁩니다. 특히 말을 끊고 들어온 상대방이 이상한 헛소리를 하거나 재미 없는 얘기를 하면 전체의 분위기가 두 배는 더 나빠집니다. 다른건 몰라도 눈치 없게 상대방 말하는 것을 함부로 끊지는 마세요. 눈을 마주친다거나 아는 만큼만 말한다거나 하는 부분은 추후 다룰 '대화 잘 하는 법'에서 조금 더 서술하겠습니다.
- 아는 그룹 내에서의 대화가 수월해졌다면 모르는 그룹에서의 대화 역시 연습 해 보시면 좋습니다. 트레바리의 독서모임이나 넷플연가의 넷플릭스 모임. 프립의 소셜클럽이나 하루 짜리 소셜데이팅 등 세상에는 약간의 비용과 시간만 있으면 어울릴 수 있는 소셜 모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특정 목적을 갖고 만나거나 테마가 있는 모임이므로 말할 주제를 생각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어요. 당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분야의 모임에 가서 비슷한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성장 해 보세요.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이제 '말을 잘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이 말하는 것 자체가 수월해집니다.
- 연습의 두 단계와 실행의 한 단계. 총 세 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명을 드렸습니다. 다시금 정리하면
(1) 나의 발음과 목소리에 익숙해져라.
(2) 말하는 과정의 수고로움을 줄여라.
(3) 말하는 두려움을 없애라.
정도로 세 줄 요약이 가능하겠네요. 숨쉬듯 말하며, 불특정 타인과 거리낌 없이 얘기 할 수 있는 분들이 되시면 세상은 조금 더 재밌고 즐거워지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이 말을 잘 할 필요는 없지만,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그 만큼 서로에 대한 오해도 사라지고 한결 모두가 모두를 이해하기도 쉬워질거라 생각해요. 이번 글은 여기에서 마치도록 할게요. 이 시리즈는 앞으로 '대화를 잘 하는 법'과 '스피치를 잘 하는 법'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