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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백수 방쿤 Jan 25. 2023

모자 하나로 편해진 뉴욕 여행

Thanks to Tar Heels

부적 같은 모자와 함께 무사히 다녔던 뉴욕

    뉴욕 여행에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인종차별과 호객행위다. 대체로 인종차별은 스팟을 가리지 않으며, 개별화가 되어있는 반면 호객행위는 특정 관광객이 몰리는 장소라면 어디에나 있다. 가볍게는 Hop-Up 버스 전단지를 돌리는 빨간 코트 분들도 있고, 멋모르고 사진 찍고 $20씩 뜯기는 타임스퀘어의 어설픈 코스프레어들도 있다. 어쩌면 개인의 경험일 수 있지만, 그래도 요긴하게 사용했던 길거리 부적을 소개한다. 노스 캐롤라이나를 닫는 글이자, 뉴욕을 여는 글로 가볍게 시작하는 만큼, 굵고 짧은 팁이 될 예정이다.


UNC 학생회관의 기념품샵

     사촌처제가 다니는 UNC의 명물, 기념품샵을 들렀다. 방학이라 체육관도 닫고, 카페테리아도 닫아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다행인점은 기념품샵이 에스컬레이터 까지 설치 된 3층 규모의 중대형급 ZARA 정도는 되는 규모였다는 것이며, 불행인점은 모든 굿즈를 사기엔 내 지갑은 슬슬 얇아지는 시기였다. 나이키, 조던, 아디다스, 룰루레몬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포츠 의류들이 모두 학교 마크를 달고 팔리고 있었고 품질을 믿고 덕질을 할 수 있는 UNC 학생들이 마냥 부러웠다. 개중에는 MOM, DAD 등의 가족 전용 굿즈들도 팔리고 있으니 대학 동문에 대한 자부심이 어마어마한듯 하다.


UNC Tar Heels

    UNC의 모든 스포츠팀은 Tar Heels라는 명칭을 갖고 활동한다. N과 C를 합친 로고, 혹은 발바닥 모양의 로고를 사용하며 마스코트는 산양이다. 왜 Tar Heels라는 이름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초기 산업이 타르와 역청 생산이었고, 신발을 신기 어려운 여름이면 작업자들이 맨발로 작업을 했었다고 한다. 떄문에 발 뒤꿈치에 늘어붙은 타르 자국이 곧 노스캐롤라이나의 상징이 되었고 남북전쟁 중 노스캐롤라이나 군인들은 이러한 상징을 국가에 대한 자신들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용도로 활용하며 'Tar Heels(타르가 붙은 뒤꿈치)'라 스스로를 칭하기 시작했다. 이후 1880년대 부터 UNC가 대학 스포츠 리그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정신을 이어 받아 Tar Heels 라는 팀명을 지었다고 한다. 참고로 로고에 사용된 하늘색은 캐롤라이나의 하늘색을 뜻하는 Carolina Blue(혹은 Tar Heel Blue)라는 색이다.


no.23

    마이클 조던을 비롯하여 수 많은 명 선수들을 배출한 타힐스는 그 명성 만큼이나 팬들도 많다. 현재 마이클 조던이 구단주로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샬럿 호네츠보다도 팬이 많을듯 하다. UNC 스포츠팀 공식 홈페이지도 매우 그럴싸하다. 멋있다. Go Heels! 그래서일까, 사실 사촌처제 덕에 별 생각없이 샀던 모자와 굿즈들이 뉴욕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누가 봐도 기숙사 방문한 학부모 컨셉

    아내는 상하의에 모자까지 깔맞춤을 했고, 나도 평소 좋아하는 바람막이(무려 콜롬비아)와 모자를 샀다. 바람막이는 시즌에 맞지 않아 뉴욕에서는 입지 않았지만, 모자는 거의 가발처럼 매일 착용하고 다녔다. 일반적인 MLB 모자도 아닌데다가, 대학 기념품점에서 직접 구입한 굿즈라서 그런가 효과는 확실했다.


모자나 티를 착용하고 다닌 뉴욕

    일단 길거리에서 아무도 우리를 머나먼 한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평범한 동양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길거리 사람들 다 붙잡는 버스 호객이나 사진촬영 권유하는 코스프레어들도 우리한테는 말도 걸지 않았다. 내 수염 때문인지, 우리의 차림새가 워낙 단색에 칙칙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모자를 쓸 때와 쓰지 않을 때 만큼은 분명 달랐다. 코트를 입고 모자 없이 이틀 정도 다녀봤는데, 그 정도만 입고 다녀도 호객행위는 분명히 있었기 떄문이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아내와 함께 록펠러 더 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였다. 생전 처음 타봐서 바들거리며 천천히 돌고 있다가 넘어지기 전에 펜스를 잡고 잠시 쉬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왠 백인 아저씨가 반갑게 활짝 웃으면서 타힐 팬이냐고 먼저 물어보더라. 모자까지 쓰고 있는 마당에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맞다고 하니까 장갑 낀 손으로 Fist bump 하고 쿨하게 떠나갔다. 그 뒤로는 이 모자가 갖고 있는 힘을 무조건적으로 믿게 되었고, 아마 앞으로도 미국에 갈 일 있으면 행운의 부적처럼 쓰고 다닐듯 하다. Thanks to Tar He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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