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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오름 Aug 07. 2023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

습기가 알알이 박힌 땡볕을 걷노라면 숨이 턱 막힌다. 어르신들이 여름을 힘겨워하시는 이유를, 더운 나라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여유를 찾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요즘의 여름. 추위보다는 더위가 견딜 만하다고 말하던, 혼자 있을 땐 에어컨 없이 여름을 잘 나던 나는 어디로 간 걸까. 에어컨을 켜고 하루 종일 실내에 있으면 멍해지는 느낌이 싫어 밖으로 나가면, ‘더워 죽겠다.’라는 말도 꺼내기 전에 숨을 머금고 시원한 바람을 쫓아 가게로 들어서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지쳤던 걸까.    

 

보양식을 챙겨 기운을 북돋으려는 노력은커녕 운동과도 전보다 거리를 두고 있다. 점심에는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를 하고, 저녁에 한 번은 스쿼시를 배우던 나는 사라져 버렸다. 지친 심신을 달래려 휴가를 떠나는 삶은 요원하기만 하다. 반복되는 출장, 예측하지 못하게 생기는 일 때문에 운동을 자꾸 미룬다. 필라테스는 1:1 수업이라 한 번 놓치면 위스키 4잔 값이 공허하게 사라져서 정 못 들을 것 같으면 취소하는 게 속이 편하다. 스쿼시는 매주 지정한 요일에만 갈 수 있는데, 꼭 스쿼시를 치기로 한 날에 업무가 몰린다. 하필, 급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일들만 튀어나와서 허겁지겁 치우다 보면 어느새 밤 열 시는 기본이다. 집에 돌아와 스트레칭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한껏 긴장한 어깨는 쉬이 가라앉지 않고, 샤워조차 내키지 않는 몸뚱이를 이끌고 야밤의 운동이라니, 버겁다. 버거워.     


누군가에게 애원하는 일, 초면이 아닌데도 여전히 버겁다. 보고서를 써내려 머리를 짜내는 것도 제법 피곤하지만, 일정 시간을 넘어서 윤곽이 조금씩 잡히다 보면 어느덧 쾌감이 솟기도 하고, 꽤 익숙해져  괜찮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제발 예쁘게 보아달라고,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사정하는 건, 당장엔 아니어도 내상을 남긴다. 생글생글 웃으며 건넨 말에 짜증 혹은 무시로 화답하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일 뿐 내 의지가 아니라서,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자존감, 확언으로 좋은 기운을 잔뜩 뿌려두어도, 사회인이라는 가면을 쓰고 원치 않는 말과 행동을 꺼내놓고 나면, 자꾸만 힘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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