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기
파리에 대한 로망은 없었다.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 방문은 자칭 미술 애호가로서 거쳐야만 할 관문으로 여겨졌을 뿐, 내키지 않아 차일피일 미뤘다. 아직 파리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누려보지 못한 탓일까, 파리의 위생과 치안에 관한 부정적인 이야기에, 런던에서 지척인데도 아직 가지 않았다.
하지만, 니스를 비롯한 남프랑스에 대한 로망은 있었다. 지중해를 낀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니스. 하얀 원피스를 입고 모래사장에 앉아 화이트와인을 즐기는 상상을 하며, 니스를 시작으로 프랑스 여행을 떠났다.
니스는 푸르다.
니스 바다엔 두 색깔이 함께 있다. 마치 마크 로스코가 에메랄드색과 네이비색을 나눠 그린 것 마냥, 다른 물이 나란히 대치상태인 것처럼, 아니면 손을 잡고 나란히 누워있는 것 같다. 하늘은 구름 없는 하늘색, 그리고 파도는 사이다처럼 하얗다. 해변 자갈밭에 앉아 가만히 시선을 두면, 하늘색, 에메랄드색, 네이비색, 사이다색, 자갈색이 시선에 함께 들어온다. 하얀 원피스 대신 빨간 카디건과 청바지 차림으로 자갈밭에 철퍼덕 앉아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뒤편에는 가운데가 오렌지빛인 야자수가 자리하고 있다. 싸늘한 런던과는 사뭇 다른 날씨에, 햇살을 사랑하는 나는 니스에 살고 싶어졌다.
니스는 깔끔하다.
니스 공항에서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트램에 올랐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그리고 이탈리아 알바에서 contactless card로 버스를 탈 수 없어 우왕좌왕했던 기억 때문에, 도시별 교통카드 앱을 미리 숙지했고 다행히 잘 탈 수 있었다. 프랑스는 자유분방할 것이란 생각에 다소 지저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니스의 트램은 쾌적하고 깔끔했다. 숙소 근처 역에 내렸을 때도, 해안가를 산책하는 중에도 니는 내내 깨끗했다. 그래서 니스가 더 좋아졌다.
니스는 구시가지가 아름답다.
굽이굽이 골목이 이어지는데, 길의 모양이나 건물의 배치가 날 것의 느낌이 든다. 건물 사이가 촘촘해 해가 적게 들기는 하지만, 샤퀴테리, 치즈 등 각종 식료품뿐만 아니라, 음식점, 향수 가게, 그리고 두 번이나 방문했던 와인바 등 각종 상점들이 아기자기 모여 있어 눈이 쉴 틈이 없다.
니스 해변가에는 빨간 등이 있다.
해변가를 따라 빨간 네모 등이 있다. 그 빨강이 중국을 연상하게 했다. 니스 사람들이 빨간색을 좋아하나? 푸른빛이 가득하니 상반된 색깔을 택한 걸까? 그래도 빨간 등 덕분에 밤에도 해안길이 밝아 오가기 좋았다.
니스미술관에는 로댕의 ‘키스’가 전시되어 있다.
여행을 하면 미술관에 꼭 방문하기에, 로댕의 작품을 처음 본 건 아니었다. 다만, ‘키스’는 그 장엄한 크기, 서로를 껴안는 자세를 따라 묘사된 근육, 격정적인 움직임이 장관이었기에, 홀린 듯 위치를 바꿔가며 보고 또 보았다.
여행 기간 중 마티스 미술관이 휴관이었던 점이 아쉬울 뿐.
니스 추천 장소!
Maison Alta: 프랑스 음식점은 보통 7시 이후에 저녁 영업을 시작하므로, 배를 채우려 방문했던 구시가지의 와인바. 직원들도 친절하시고, 2층에 있는 화장실도 깨끗함. 굴, Mackerel pate(고등어 파테, 파테(pâté)는 고기, 생선, 채소 등을 갈아서 밀가루 반죽(pâte)으로 싼 후 오븐에 굽거나, 틀에 넣어 굳힌 프랑스 요리임. 식감은 참치 같다고 느꼈음) 등 tapas 요리들이 일품임. 화이트와인 5종 중 4종을 마셔봤을 때 참 맛있었지만, 한 잔에 14유로대.
Hyde: The fork라는 앱을 이용하면 주류를 제외한 음식류 가격이 30% 할인됨. 기본 회화는 프랑스어로 시도했는데,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시더니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천만에요!'를 외치시던 사장님. glass로 시켰던 레드와인은 8유로대라 저렴했으나 프랑스 여행 내내 마셨던 와인들 중 제일 맛이 없었음. 다만, 푸아그라, 페타치즈를 얹은 샐러드, 딸기티라미수, 테린(Terrine, 다진 고기, 생선, 채소 등을 틀에 넣고 천천히 익힌 후 차갑게 굳혀 썰어 먹는 프랑스 요리) 등 음식은 일품이었음.
EH pastry: 바닷가 근처 타르트 집. 실내는 협소해 take away를 추천함. 프랑스는 디저트는 맛도 일품이지만 참 아름다움. 다양한 미니 타르트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에 들러 해변에서 드시길.
Zitto speakeasy: 미국 금주법 시대(Prohibition era, 1920–1933)에서 비롯되어, 불특정 다수에게 개방되지 않은 바를 의미함. 조용히 말하고(speak easy) 입장하라는 데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실제로 꽁꽁 숨겨져 있음. 지도를 보면 분명 이 위치가 맞는데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음. 남편이 파스타집 종업원에게 "zitto?"라고 속삭이니 직원이 "zitto!"라고 말하면서 조용히 가게 뒤편으로 데려감. 가게 입구도 프린팅 된 이미지로 장식되어 있어 아는 사람만 올 수 있게 해 둔 재미있는 콘셉트. 바텐더분들이 굉장히 친절하시고, 창작한 칵테일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했던 기억에, 니스에서 바다 다음으로 좋았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