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Oct 04. 2021

오빠가 싫어요

흑백논리

"오빠가 싫어서 죽고 싶어요."

초등학교 6학년의 하소연이다.

까칠하고 제멋대로인 중3 오빠가 싫다.

오빠가 아니면 자신이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월 4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오빠의 만행(?)은 이렇다.

아파트인데 쿵쿵거리며 다닌다.

아빠한테도 욕을 한다.

4살짜리 동생한테도 신경질을 부린다.


걸핏하면 신경질을 내면서 자기 방에 처박힌다.

사연자를 꼴 보기 싫다 하면서 욕을 한다.

학원을 자주 빼먹는다.

비쩍 말라서 젓가락 같다.


이런 오빠가 너무 싫어서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런데 오빠가 없으면 가족 분위기가 이상할 것 같다.

오빠 때문에 죽을 생각도 진지하게 했다.

오빠가 아니라면 자기가 죽어야 할 것 같다.


사연자의 사고는 흑백논리다.

싫으니까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싫더라도 같이 사는 법이 있을 텐데 말이다.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봐도 될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려면 사고가 성숙해야 한다.

지금 사연자가 오빠를 싫어하는 모습을 스스로도 가지고 있음을 알까.

미워하면서 닮아가기도 한다.

이런 사실도 사고가 성숙해야 알 수 있다.


아직 초등 6학년인 사연자한테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이 가정의 부모가 둘째한테 진지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사연에서 보면 첫째한테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둘째인 사연자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문제를 드러내는 아이한테만 관심을 쏟다 보면 다른 아이가 상한다.

조용히 속이 썩어가는 아이한테 진짜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관심을 보여주면 미숙한 사고에서 벗어나 제대로 성숙할 수 있다.

지금 사연자는 성숙이 멈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야단을 친다고 잘못을 고치지는 않는다.

아이는 부모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끼리 관심을 나누어야 한다.

그냥 아이들 사이의 갈등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가 이상한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