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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Oct 20. 2021

요즘 삶이 귀찮아요

분기점

"요즘 들어 매사가 귀찮고 자신이 한심하고 앞날이 보이지 않아요."

중학교 3학년 학생의 고민이다.

사춘기 증상으로 보인다.

인생길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하겠다.

(10월 20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중간고사를 망쳐서 기말고사를 잘 쳐야 하는데 공부를 안 하고 있다.

여자 친구 하고도 어색해졌다.

감정도 예민해져서 쉽게 짜증이 난다.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자신이 한심하다.

그냥 귀찮을 뿐이다.

사연 말미에 "해결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썼다.

사연자의 진심은 무엇일까.


정말로 누군가 자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고 있을까.

글을 읽어준 사람한테 고마움을 느낄까.

형식적인 인사치레일 것이다.

실제로는 별 기대를 안 하고 사연을 올렸을 것이다.


이럴 때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눈에 띌 수 있다.

사연자가 전혀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로의 말이나 피상적인 격려에는 눈길도 가지 않을 것이다.

사연자는 자신이 겪는 심정이 사춘기 증상임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매사가 귀찮아서 엉망이라고 하면서도 글은 조리 있게 잘 썼다.

공부, 인간관계, 감정 면으로 나누어 담담하게 기술했다.

심지어 인사말까지도 잊지 않고 추가했다.

사연자의 내면이 혼란스럽거나 시끄럽지는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내면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마냥 즐거웠던 것들도 시들해지고 기존의 관계도 이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반드시 나쁜 변화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인생길에서 중요한 분기점에 다다른 것이다.

아이의 삶에서 어른의 삶으로 갈아타는 시기다.

당황하지 않고 잘 살피면 좋다.

사춘기는 정해진 시기와 기간이 없다.



낯선 변화에 당황하기 쉽다.

기존 방식으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호흡을 가다듬고 내면을 살펴야 한다.

분기점에선 멈추고 살피는 것이 지혜로운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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