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Jan 30. 2019

넌 뭘 먹고 사~~~니?

허세의 심리

자신의 큰 입을 자랑하고 다니는 개구리가 있었다.

자신의 큰 입을 과시하려고 만나는 동물마다 "넌 뭘 먹고 사~~~니?"라며 입을 크게 벌렸다.

토끼나 사슴, 사자 같은 동물들은 제각기 코웃음을 치면서도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았다.

의기양양해진 개구리가 드디어 뱀을 만나서 물었다.

"넌 뭘 먹고 사~~~~니?"

뱀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난 너처럼 입이 큰 개구리를 잡아먹고 사~~~~~알지."

개구리가 잔뜩 겁을 먹고 말했다.

"고로니(그렇니)?"



아주 오래전에 유행했던 입큰 개구리 시리즈 가운데 하나이다.

당시에 아마도 작은 입이 호감을 받았던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입이 크면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입이 큰 것을 과시하고자 하는 개구리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이 재미있었다.

남들이 창피해하는 것을 오히려 자랑인 줄 알고 뽐내는 우스꽝스러움에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군사독재 시절 일반 사람들은 위축 될 대로 위축되었다.

사정없이 쪼그라든 심장으로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가슴을 쫘악 펴고 당당하게 처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자신을 표현하고픈 욕구가 엄혹한 환경에서 꽉 막히다 보니 우스갯소리에 실어서 억압된 심정을 표현하곤 했다.

대중가요도 금지곡이 양산되었는데, 그 금지 사유라 하는 것이 참 어이가 없을 정도로 유치했다.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움켜 쥔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앞다투어 과잉충성을 하는 자들이 많았다.


"키다리 미스터 김은 ~"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는 당시 대통령이 키가 작아서 금지곡이 되었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에 해롭다고 금지되었다.

이렇게 누군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대중을 어느 한쪽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에서 일반 대중들은 생기를 잃고 만다.

먹고살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면서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생활에 좌절하고 절망하면서 가슴에는 한이 쌓인다.

현실이 혹독하면 괴로운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된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왜 그렇게 술을 마시고 술주정을 했을까?

어머니들은 왜 그리 입방아를 찧으며 남들을 험담하고 헐뜯었을까?

사회 전체의 암울한 공기가 대중을 병들게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우스갯소리로 세태를 풍자하는 것은 그래도 건강한 방법이라 보아줄 수 있겠다.


흉이 되는 줄도 모르고 오히려 자랑하고 다니는 모습에서 역설적으로 그의 억눌린 심리를 보게 된다.

얼마나 불안하고 겁을 먹었으면 별 것 아닌 것이더라도 과시하며 뽐내고 싶어 졌을까?

이렇게 쪼그라든 심장으로 사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권위에 중독되기 쉽다.

그래서 어쩌다 완장을 차게 되면 그 권력을 사정없이 휘두른다.

아주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 큰 사고를 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는 평소에 억눌린 억하심정이 어떤 조건에서 폭발해버리는 현상이다.


입큰 개구리가 뱀을 만나서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을 때 그는 살아남기 위해 바로 꼬리를 내린다.

허세를 부리다 목숨을 잃는 것보다 소중한 목숨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따라 비굴해지는 선택을 한다.

이렇게 혼쭐이 난 다음에는 함부로 허세를 부리지 못할 것이다.

이 경험으로 개구리가 정신을 차리고 일상에 충실해진다면 다행이겠지만, 가뜩이나 쪼그라들어있던 심장에 공포까지 겹쳐서 넋이라도 놓게 되면 정말 큰일이다.



억하심정을 허세로 풀려고 하는 것 자체가 정말 안쓰러운 모습이라 하겠다.

우스꽝스러운 듯이 보이지만 그 심리에는 처절함이 깔려 있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가?

허세를 부려서라도 쪼그라드는 심장을 활짝 펴고자 하는 행위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몸부림일 것이다.

하지만 냉철하게 보면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허세가 아니라 자각이다.

압박과 두려움을 직면하고 최선을 다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실제로 심장을 제대로 뛰게 하는 바른 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