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뭘 먹고 사~~~니?

허세의 심리

by 방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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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큰 입을 자랑하고 다니는 개구리가 있었다.

자신의 큰 입을 과시하려고 만나는 동물마다 "넌 뭘 먹고 사~~~니?"라며 입을 크게 벌렸다.

토끼나 사슴, 사자 같은 동물들은 제각기 코웃음을 치면서도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았다.

의기양양해진 개구리가 드디어 뱀을 만나서 물었다.

"넌 뭘 먹고 사~~~~니?"

뱀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난 너처럼 입이 큰 개구리를 잡아먹고 사~~~~~알지."

개구리가 잔뜩 겁을 먹고 말했다.

"고로니(그렇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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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유행했던 입큰 개구리 시리즈 가운데 하나이다.

당시에 아마도 작은 입이 호감을 받았던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입이 크면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입이 큰 것을 과시하고자 하는 개구리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이 재미있었다.

남들이 창피해하는 것을 오히려 자랑인 줄 알고 뽐내는 우스꽝스러움에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군사독재 시절 일반 사람들은 위축 될 대로 위축되었다.

사정없이 쪼그라든 심장으로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가슴을 쫘악 펴고 당당하게 처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자신을 표현하고픈 욕구가 엄혹한 환경에서 꽉 막히다 보니 우스갯소리에 실어서 억압된 심정을 표현하곤 했다.

대중가요도 금지곡이 양산되었는데, 그 금지 사유라 하는 것이 참 어이가 없을 정도로 유치했다.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움켜 쥔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앞다투어 과잉충성을 하는 자들이 많았다.


"키다리 미스터 김은 ~"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는 당시 대통령이 키가 작아서 금지곡이 되었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에 해롭다고 금지되었다.

이렇게 누군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대중을 어느 한쪽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에서 일반 대중들은 생기를 잃고 만다.

먹고살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면서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생활에 좌절하고 절망하면서 가슴에는 한이 쌓인다.

현실이 혹독하면 괴로운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된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왜 그렇게 술을 마시고 술주정을 했을까?

어머니들은 왜 그리 입방아를 찧으며 남들을 험담하고 헐뜯었을까?

사회 전체의 암울한 공기가 대중을 병들게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우스갯소리로 세태를 풍자하는 것은 그래도 건강한 방법이라 보아줄 수 있겠다.


흉이 되는 줄도 모르고 오히려 자랑하고 다니는 모습에서 역설적으로 그의 억눌린 심리를 보게 된다.

얼마나 불안하고 겁을 먹었으면 별 것 아닌 것이더라도 과시하며 뽐내고 싶어 졌을까?

이렇게 쪼그라든 심장으로 사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권위에 중독되기 쉽다.

그래서 어쩌다 완장을 차게 되면 그 권력을 사정없이 휘두른다.

아주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 큰 사고를 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는 평소에 억눌린 억하심정이 어떤 조건에서 폭발해버리는 현상이다.


입큰 개구리가 뱀을 만나서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을 때 그는 살아남기 위해 바로 꼬리를 내린다.

허세를 부리다 목숨을 잃는 것보다 소중한 목숨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따라 비굴해지는 선택을 한다.

이렇게 혼쭐이 난 다음에는 함부로 허세를 부리지 못할 것이다.

이 경험으로 개구리가 정신을 차리고 일상에 충실해진다면 다행이겠지만, 가뜩이나 쪼그라들어있던 심장에 공포까지 겹쳐서 넋이라도 놓게 되면 정말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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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하심정을 허세로 풀려고 하는 것 자체가 정말 안쓰러운 모습이라 하겠다.

우스꽝스러운 듯이 보이지만 그 심리에는 처절함이 깔려 있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가?

허세를 부려서라도 쪼그라드는 심장을 활짝 펴고자 하는 행위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몸부림일 것이다.

하지만 냉철하게 보면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허세가 아니라 자각이다.

압박과 두려움을 직면하고 최선을 다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실제로 심장을 제대로 뛰게 하는 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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