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앓이
"나중에 연락한다는 말이 계속 신경 쓰입니다."
한 여성의 속앓이 사연이다.
사소한 다툼으로 연락이 끊겼다.
상대의 무반응에 속이 탄다.
(2월 4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 지 두 달쯤 되었다.
사소한 일로 3주 전에 처음으로 다툼이 있었다.
나중에 연락한다는 말이 마지막이었다.
메시지를 보내도 읽기는 하는데 응답은 없다.
명절을 앞둔 시점이라 연락하기 힘들 거라는 말은 했었다.
연락이 안 되어도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은 들었지만 신경 쓰인다.
그렇다고 차단당한 것도 아니다.
메시지도 안 받는데 전화를 받지 않을까 두려워 전화는 하지 않았다.
사연자가 좋아하는 처지라 더 속이 탄다.
서로 알아가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일이라 당혹스럽다.
연락을 계속하면 상대가 아예 마음을 접을까 봐 겁도 난다.
그렇다고 가만히 기다리자니 궁금하고 애타는 마음에 견디기가 어렵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한다.
언젠가 부딪힐 일이라면 빨리 부딪히는 편이 좋다는 말이다.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서 친밀해져 가는 과정이 순탄하기만 할 수 있을까.
오해도 생기도 다투기도 하는 일이 일상사가 되기 마련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오해로 갈등과 다툼이 생기고, 오해가 풀리며 해결되는 과정에서 무엇인가 남게 된다.
위기의 순간에 보이는 행동으로 서로를 더 깊이 알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냥 속을 끓이며 번민한다고 해결되거나 나아질 일은 없다.
혼자서 속앓이를 아무리 하더라도 실제로 무엇이 좋아지는가.
어차피 상대의 반응은 상대의 영역이니 나는 내 영역에 충실하면 된다.
응답이 없어 피가 마르니 당당하게 응답을 요구해 볼 일이다.
'언제까지 답을 주지 않으면 마음을 접은 것으로 알겠다.'는 통첩을 보낼 수도 있다.
물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은 속 시원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매듭을 짓는 것이 그냥 속앓이를 하는 것보다 백 배는 낫다.
"어려우면 손을 빼라."는 바둑 격언이 있다.
풀리지 않는 복잡한 문제를 붙들고 있지 말라는 뜻이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가볍게 단순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책 없이 일어나는 생각에 빠지면 속만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