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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09. 2022

넘 막막하고 살고 싶지 않아요

알코올 중독 아빠

"알코올 중독 아빠가 간경화로 오래 못 사신다는데 계속 술을 드셔요."

18세 청소년의 절망 어린 사연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의 심정이 담겨 있다.

막막하고 암담한 현실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2월 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부모님은 아주 오래전에 이혼하셨다.

아빠와 둘이 사는데 아빠는 이혼 전부터 술을 드셨다.

하루에 3병을 마셔서 결국 간경화에 걸렸다.

앞으로 오래 살아도 2년이라고 한다.


그래도 아빠는 술을 끊지 않는다.

기르는 고양이가 있는데 끝까지 지켜주고 싶다.

아빠가 죽고 나면 나와 고양이는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

몇 년 전부터 자해를 해서 흉터가 남아 보기 싫다.


이제 18세인 사연자는 고양이 말고 마음 붙일 대상이 없다.

자해를 하는 것은 어둡고 암울한 현실에서 자극을 찾으려는 몸부림이 아닐까 싶다.

술에 취해 제 한 몸도 감당하지 못하는 아빠한테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사연자가 사연을 올리면서 요구한 것은 없다.

어떻게 하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막막하고 암울해서 혼잣말하듯이 고민을 쏟아냈다.

이미 무기력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절망과 회의에 빠진 사람한테 이성적인 조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저 웅웅 거리는 딴 세상 소리로 들릴 것이다.

먼저 마음에 접촉이 일어나야 한다.

사연자의 심정을 알아주는 소리가 들려야 비로소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절망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지나친 욕심으로 과속하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안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짙은 절망과 허무감을 맛보았기에 작은 희망이라도 소중하게 여겨질 수 있다.

아주 작은 전환점이라 하더라도 이 사연자한테는 혁명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자신의 환경이 최악으로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느낌이 그러할 뿐, 더 나쁜 상황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음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시야를 넓게 가지면 암울함 속에서 빛을 찾을 수 있다.

작더라도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빛은 점점 밝아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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