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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09. 2019

몸 건강 마음 건강

마음의 자유

"몸이 아프면 짜증이 나요."

"몸이 아픈데 왜 짜증이 날까요?"

"다 그렇지 않나요?"

"저는 몸이 아프면 어떻게 치료할까 생각합니다. 짜증이 날 틈이 없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아픈 게 싫으니까요."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플까?

몸과 마음이 전혀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몸 상태가 좋으면 기분도 좋고 몸 상태가 나쁘면 기분도 나빠지곤 한다.

몸 건강과 마음 건강이 대체로 비례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몸 건강은 섭식, 수면, 생활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몸은 건강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체질에 따라서 건강이 좌우되기도 하지만 관리를 잘해 주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아무리 강인한 체질을 타고났더라도 오랜 세월 관리를 엉망으로 하면 몸은 망가진다.

타고난 건강을 자랑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리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마음 건강은 어떨까?

아주 작은 자극에도 크게 흔들리는 마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큰 자극이 있어도 병 영향을 받지 않는 마음도 있다.

민감하게 흔들리는 마음과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둔감한 마음 가운데 어떤 마음이 건강할까?

마음 건강은 쉽게 정의하기 어렵다.


흔히 마음을 물에 비유하곤 한다.

잔잔한 호수에 자연 풍경이 그대로 비치는 것처럼, 평온한 마음에는 상황이나 자극이 있는 그대로 경험된다.

바람이 불어 호수의 표면이 흔들릴 때 풍경이 이지러지는 것처럼, 흥분하거나 가라앉는 마음에는 상황이나 자극이 왜곡되게 경험된다.

태풍처럼 강한 바람이 일어 호수가 심하게 출렁이면 풍경은 아예 비치지 않는 것처럼, 흥분으로 뒤집히거나 우울로 꺼져버린 마음에는 상황이나 자극이 제대로 경험되지 못한다.

호수가 얼어서 아무리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단단한 신념으로 무장한 마음은 그 어떤 상황이나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과연 이 가운데 건강한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마음공부를 해서 흔히 말하는 '도가 통하게 되면' 마음은 어떤 상태가 될까?

어떤 욕구나 충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모든 일에 초탈해서 전혀 반응하지 않는 상태일까?

아니면 아주 작은 변화에도 민감해서 미세한 마음의 흐름도 놓치지 않고 반응을 하는 상태일까?

다시 물과 견주어서 생각해보자.


흔들리지 않는 상태로는 물이 얼음을 당할 수 없다.

단단하게 얼어버린 얼음은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흔들림이 없다.

모든 욕구나 충동을 넘어서면 이렇게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런 마음을 갖고 싶은가?

물이 얼어버리면 물의 기능을 못하는 것처럼 마음이 단단하게 굳어버리면 마음이 제 노릇을 못하게 된다.

흔들리지 않으면 무엇하는가!

쓸모가 없는데.


욕구나 충동에 따라 흔들리는 것은 괴롭다.

그렇지만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면 흔들리는 괴로움은 해결했지만 마음 자체가 쓸모없어져 버린다.

과연 건강한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마음이 제 기능을 다하면서도 안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모습을 표현하는 말이 있다.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 자신의 성품을 지키지 않고 인연 따라 이룬다.'

이는 정해진 대로 따르지 않고 맥락에 따라 자유롭게 기능하는 자유로움을 뜻한다.



마음공부를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자유로운 마음'이다.

몸이 아프다고 해서 마음까지 아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할 방법을 찾아서 아픔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낸다.

아픈 몸을 외면하거나 반대로 몸의 고통에 휩쓸리거나 하지 않고 마음은 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만약 아파서 짜증이 난다면 바로 되물어보자.

'마음이 몸을 따라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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