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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11. 2019

"아니요, 몰라요, 그냥요"

지친 아이들

"뭐 먹을래?"

"아니요."

"뭐하고 싶니?"

"몰라요."

"그게 왜 싫은데?"

"그냥요."

아이들한테 쉽게 듣는 말들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생까지 30명쯤 모아서 캠프를 할 때의 일이다.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초등학교 아이들은 운동장에 나가서 공을 차고 놀았다.

중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잤다.

시간만 나면 자는 아이들한테 질문을 했을 때 돌아온 답은 "아니요, 몰라요, 그냥요."이었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지치게 했을까?


요즘 아이들은 동심을 누릴만한 여유가 없는 것 같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놀고 알고 싶은 것을 마음껏 묻는 것이 호기심 많은 아이들한테 어울리는 모습인데, 아주 이른 나이부터 생존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틈만 나면 늘어져버린다.

조기교육 열풍이 불면서 아직 입도 떼지 못한 아이한테 영어교육을 시킨다.

학습지를 시키는 것을 물론이고 학원이다 과외공부다 하여 아이들을 뺑뺑이 돌린다.

방학도 입시를 위해 투자하느라 마음껏 놀 틈이 없다.


아이들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공부가 무엇을 위해서 하는 것일까?

아이들 교육에 열을 올리는 학부모들한테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답을 한다.

"누구나 다 시키는데 우리 아이만 뒤쳐질 수는 없잖아요."

아이한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다.


옛날 한 숲 속에 여러 동물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겁이 많고 걱정이 많은 토끼가 낮잠을 자다가 큰 소리를 들었다.

토끼는 잠들기 전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었다.

잠결에 들은 소리에 깜짝 놀란 토끼는 정신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토끼가 달리는 것을 본 다른 동물들이 토끼한테 이유를 물었더니 토끼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대답하며 황급히 도망치기 바빴다.

다른 동물들도 달리기 대열에 동참하면서 고요하고 평화롭던 숲은 시끌벅적하고 땅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동물들은 한 방향으로 내달렸는데, 그 방향에는 낭떠러지가 있었다.

숲의 왕인 사자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동물들 앞을 막아서서 크게 사자후를 했다.

정신없이 앞다투어 내달리기 바빴던 동물들은 커다란 사자후에 멈추어 섰다.

사자는 이 소동의 원인을 캐고 들어가 토끼가 소란을 일으켰음을 확인했다.

확인하러 토끼가 낮잠을 자던 곳으로 가 보니 커다란 도토리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숲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


이 우화에서 수많은 동물들은 왜 달리는지도 모르고 달렸다.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경쟁하듯 정신없이 달리게 바빴다.

확실하지도 않은 위험을 피하려고 절벽으로 내달리는 동물들의 모습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학부모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도대체 왜 아이들을 입시로 내몰아야 하는가.


아무튼 아이들은 정신이 피곤하다.

그래서 툭하면 내뱉는 말이 3요라고 불리는 '아니요, 몰라요, 그냥요'이다.

어떤 것을 권하든지 일단 거부하고 보는 것이 '아니요'이다.

마음을 알고 싶어 물어보면 경계하며 하는 말이 '몰라요'이다.

이유를 물어보면 생각하기 귀찮아서 내뱉는 말이 '그냥요'이다.

이를 긍정 3요로 바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요' 대신에 '그래요', '몰라요' 대신에 '이래요', '그냥요' 대신에 '이래서요'로 말이다.



부정, 경계, 귀찮음이 정신건강을 좀먹고 있다.

아이들한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그래서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어른들 자신부터 정신을 차려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경쟁에 내몰리다 지쳐서 '아니요, 몰라요, 그냥요'를 습관처럼 내뱉지 않을 수 있게끔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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