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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24. 2019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한다

역설의 창의성

"이와 같이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니, 이래서 부처님께서는 저 장애 가운데에서 보리도를 얻으셨느니라. 요즘 세상에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만일 먼저 역경에서 견디어 보지 못하면 장애에 부딪힐 때 능히 이겨내지 못해서 법왕의 큰 보배를 잃어버리게 되나니,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하랴."

보왕삼매론의 결론이다.

험난한 인생길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귀한 지혜가 담겨 있는 가르침이다.



대학시절 사회과학을 공부하다가 변증법이란 개념을 만났다.

모순이 변화의 원동력이 된다는 논리에 강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냥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현상들 속에 아주 치열한 역동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달걀이 그냥 병아리가 되고 닭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달걀은 달걀로 남고자 하는 속성과 달걀임을 거부하려는 속성을 동시에 품은 모순덩어리이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달걀임을 거부하려는 속성이 강해져서 병아리가 된다.

모든 존재는 그 존재이고자 하는 속성(正)과 그 존재가 아니고자 하는 속성(反)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결국 새로운 조건에서 두 속성을 통합(合)을 이루게 되며 성장하고 발전한다.


당신은 특별하고 싶은가, 평범하고 싶은가?

당신은 현재에 만족하는가 불만족하는가?

당신은 당신 자신이고 싶은가, 다른 존재가 되고 싶은가?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어느 한쪽의 답만을 항상 선택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모순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원인이라는 것이 변증법의 요지이었다.


일을 하면 성취감도 느끼지만 지치기도 한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 쉬게 된다.

충분히 쉬고 나면 다시 일을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린다.

이렇듯 서로 상반되는 속성은 늘 함께 하면서 조건과 상황에 따라 주도권이 바뀌며 출렁인다.

만약 어느 한 속성만 계속 유지된다면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한다는 것은 지금껏 이야기한 모순된 현상을 그대로 요약한 말이다.

막혔을 때 통하고자 하는 의욕이 일어나고 에너지를 집중해서 통하는 길을 찾아낸다.

절실해지면 평상시와 다른 집중력을 보이게 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지 않은가.

통함을 구하려 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란 말은 병이 없고자 한다거나 일이 쉽게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자기 생각대로 되기를 바라는 자기 중심성을 고집할 때 도리어 일이 풀리지 않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부처란 자신의 잠재력을 완성한 존재를 말한다.

누구든 스스로 갖고 있는 자원을 개발하여 완성시키고자 한다면 장애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

보리도란 깨달음의 길이란 말이고 장애 속에서 보리도를 얻었다는 말은 장애를 직면하여 돌파함으로써 깨달음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역경을 견디어내는 공부를 하지 못하면 조그마한 장애에 부딪혀도 돌파하지 못한다.

법왕의 큰 보배는 깨달음의 잠재력인데, 아무리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어도 힘써 개발하지 않으면 그냥 잠재력으로 그치고 만다.

장애를 견디어내면서 잠재력이 개발되고 이 보배가 빛을 발하는 것이다.


세상살이가 자기 뜻대로만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어리석을수록 자신의 경험치나 관념을 절대시 하면서 자기 중심성에 갇히고 만다.

모순을 모순 그대로 인정하고 기꺼이 받아들일 때 장애를 돌파할 길을 발견하고 힘을 얻을 수 있다.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는 이 모순이야말로 창의성의 궁극이 아닐까!

자신이 겪은 괴로움을 통해서 세상의 괴로움을 직면하고 그 괴로움과 정면으로 맞서며 해결할 길을 치열하게 찾아가는 삶이야말로 평생에 걸쳐 도전해볼 만한 멋진 여정이라 생각한다.



장애를 피하려 하면 오히려 장애에 사로잡힌다.

장애를 인정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순간 장애는 사라진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말씀을 되새겨보자.

일상에서 편하고자 할 때 겪는 불편함과 어려움을 감수했을 때 뜻밖에도 일이 술술 풀리는 경험을 하지 않는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을 흔히 하면서도 과연 마음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 살펴보기는 하는가?

기왕 마음을 내는 김에 장애와 멋진 승부를 한판 벌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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