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
"돈이 없다고 아껴 쓰라면서 아빠는 자꾸 술을 사서 마십니다."
힌 고등학생의 불만이다.
술주정에 빠져 사는 모습에 자녀가 실망한다.
자녀의 눈에는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9월 3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아빠가 사업이 망한 후 자꾸 술을 마신다.
중학생 때부터 계속 아빠의 술주정을 봐야 했다.
친척들한테 아빠의 정체를 까발리고 싶다.
용돈을 주지 않으면서 자기는 술을 사서 마시는 아빠가 밉다.
물론 아빠가 힘든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죽는다면서도 왜 계속 슬을 마실까.
뭐라 하면 "네가 내 괴로움을 알아?"라고 하신다.
술 마시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다.
사연자는 아바의 모순적인 행동을 납득할 수 없다.
사업을 하다가 빚을 졌으면 더 돈을 아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술에 취해서 술주정을 하는 아빠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고등학생 아들 눈에 비친 아빠는 그냥 이기적인 사람일 뿐이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 순간에 왜 술을 마실까.
괴로워서 피하고 싶은 것이다.
술에 취하면 현실을 잊을 수 있으니 술로 도망간다.
하지만 현실의 어려움이 술로 해결될 수는 없다.
마주하지 못하고 도망가는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다.
책임지지 않으니 현실이 나아질 리 없다.
그렇지만 술이 깨고 보면 더 무거워진 현실의 압박감이 기다리고 있다.
무기력하고 못난 모습이라 할 것이다.
책임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려 할 때 오히려 압박감이 줄어든다.
피하지 않고 마주할 때 힘이 나기 때문이다.
정신줄을 놓고 도망가기 바쁠수록 오히려 책임의 무게는 더해가기만 한다.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미움은 마음에 새겨진다.
그래서 미워하는 대상을 닮아간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하겠다.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